[김승연회장경찰조사] 경찰 수뇌 알고도 묵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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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 보고서의 '대상자'란에는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남.55세) 등 32명(경호원 6명, 폭력배 25명)"이라고 적혀 있다. 경찰이 처음부터 이 사건이 대기업 총수가 관련돼 있는 중요 사건으로 보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첩보내용'란에는 "위 대상자 김승연은 피해자 조○○ 등이 자신의 둘째 아들과 싸움을 하였다는 이유로 2007.3.8 20:30분경 강남구 청담동 ○가라오케에서 피해자 4명을 자신의 경호원.폭력배 등에게 시켜 강제로 차에 태워 서초구 청계산 주변 창고로 납치한 후 약 20분간 감금하고 집단 폭행해 얼굴 등에 상해를 가하고"라고 적혀 있다.

1차 폭행 장소만 서초구에서 성남시로 바뀌었을 뿐 지금까지의 보도와 경찰수사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이어 "범행을 계속하여 중구 북창동 소재 S클럽 룸살롱으로 피해자들을 데리고 가 종업원들을 집합시켜 놓고 폭행해 영업을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으로 약 2시간가량 업무를 방해한 것임"이라고 서술했다.

이 보고서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서울경찰청장에게까지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서울청장에게까지 보고했지만 미확인 첩보였기 때문에 본청(경찰청)에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틀 뒤인 지난달 28일 이 보고서는 '단순 폭행 사건'으로 '격하'돼 지역상의 관할인 남대문경찰서로 하달됐다. 이 보고서를 공개한 남대문경찰서 입장은 3월 28일에야 김 회장 사건을 하달받아 정상적으로 내사를 진행해 왔는데 '늑장 수사'라고 비난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 수뇌부가 상당히 구체적인 첩보 내용에도 불구하고 왜 이 사건의 수사를 최초 첩보를 수집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아닌 일선 경찰서에 맡겼느냐는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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