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리빙] 집에서 오감으로 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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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꼭 한글이나 영어를 가르쳐야만 교육이 아니다. 여러 가지 놀이방법을 동원해 즐겁게 뛰어노는 가운데 감성을 발달시키는 것도 유아기에는 피가 되고 살이 된다. 그림 그리기, 방석과 쿠션 등을 이용해 장애물 건너뛰기 등을 하는 아이들.

아이가 만 3세만 넘으면 한글이나 가베.영어를 가르쳐야 하는 건 아닌가 슬그머니 불안해진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단순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건 바람직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지적이다. 특히 공부를 잘하는 능력인 지능지수(IQ)보다, 나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인 감성지수(EQ)나 사회에 조화롭게 적응하는 능력인 사회지능(SQ)이 부각되면서 '놀면서 배우는' 놀이교육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놀이학교'들은 교육비가 만만치 않아(월 60만~80만원, 주 5회) 선뜻 보내기가 부담스럽다. 이재환 위즈아일랜드 대표의 도움말로 집에서 할 수 있는 유아 감성놀이법을 알아본다.

# 단추 풀기, 지퍼 내리기…일상이 중요

만 3세가 됐다면 단추 풀기와 지퍼 내리기, 숟가락질, 양말.신발 벗기 등을 혼자 하게 내버려두자.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소근육이 발달하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 만 3세가 되면 똑딱 단추를, 4세가 되면 일반 단추를 끼울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시도하다 잘 안 될 경우 아이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린 뒤 엄마가 살짝 해준다. 아이 스스로 해냈다는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포인트.

양치질이나 세수를 하면 쓰게 마련인 수건. 수건도 잘만 활용하면 유연성.리듬감.순발력 등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교구다. 바닥에 색테이프로 선을 표시한 뒤 머리에 수건을 얹고 허리에 손을 붙인 채 선을 따라 걸어보게 한다. 직선뿐 아니라 S자나 M자 등 여러 모양으로 바꿔 본다.

#집안 어지럽히는 게 겁난다면 베란다로

아이들 때문에 카펫이나 소파를 망치는 게 두렵다면 베란다로 데려 나가자. 두꺼운 종이로 된 계란상자를 버리지 말고 놔뒀다가 그 위에 다양한 색의 물감으로 그림을 그려보게 한다. 유아들은 크레파스보다 붓과 물감을 갖고 노는 걸 훨씬 더 좋아한다. 울퉁불퉁한 입체감을 느끼는 색다른 경험이다.

'우리 아이는 종이만 보면 찢는다'고 질색하는 부모들이 있다. 그럴 땐 날짜 지난 신문과 잡지를 주고 마음껏 구기고 찢고, 가위로 오리게 하자. 실컷 하고 나면 괜히 찢는 행동이 줄어든다. 구기는 행동은 손근육을 발달시키고, 구길 때 나는 소리는 청각적으로 자극이 된다. 구기기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면 찢기로 넘어간다. 찢기는 구기는 것보다 훨씬 더 정교한 손동작을 요한다. 종이를 잘게 찢어 보게 한 뒤 아이 머리 위에 눈처럼 뿌려준다. 다 뿌린 종이는 뭉쳐 박스 테이프로 붙여 공을 만든다. 그 다음은? 한바탕 공 던지기 놀이를 한다.

#보고 만지고 맡고…주방에서 오감 발달

가스불과 유리그릇 등만 조심시킨다면 주방도 어엿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 오렌지나 토마토를 잘라줄 때 반으로 잘라 단면도를 관찰시킨다. 당근이나 무를 깍둑썰기해 정육면체 개념을, 음료수통.분유통.휴지심을 활용해 원기둥 개념을 가르칠 수 있다. 두부를 4등분 해 정육면체로 만든 다음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 보자. 젓가락이 어디로 들어가 어디로 나오는지를 살피는 동안 면과 꼭짓점.모서리에 대해 자연스레 익힌다.

우리 아이가 다소 산만한 편이어서 집중력을 키워 주고 싶다면 숟가락으로 물 옮겨 담기가 적절한 놀이다. 오목한 접시에 물을 담은 뒤 숟가락으로 컵에 옮겨 담는다. 흘리지 않게 조심하는 가운데 손힘을 조절하는 능력, 손과 눈의 협응력 등도 저절로 키워진다. 커다란 통에 여러 종류의 콩을 섞어 놓은 뒤 같은 것끼리 나눠보는 놀이도 수학적 분류 개념을 익히는 데 유익하다. 집에 있는 여러 가지 통을 꺼내와 뚜껑과 몸통을 분리한 뒤 맞는 뚜껑이 무엇인지를 찾아보는 놀이는 어떨까. 사물의 크기나 모양을 분석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

■ 집에서 할 수 있는 감성놀이

◆비눗방울 불기

운동 능력과 손.눈의 정교한 협응이 필요한 활동. 아기가 만져보고 터뜨려 볼 수 있도록 막대기 끝에 비눗방울을 올려놓는다. 비눗물을 빨아먹지 않고 불 수 있는 연령이라면 비눗방울 부는 법을 가르쳐준다. 방울을 터뜨릴 때 손가락.발가락.팔꿈치 등을 골고루 사용하게 하면 자기의 몸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게 된다. 컵을 들고 뛰어다니다 보면 손과 눈의 협응력도 길러진다.

◆뻥튀기 스케치북

·준비물: 뻥튀기, 여러 종류의 과자, 초콜릿볼, 잼, 도화지, 크레파스, 풀

① 뻥튀기에서 연상되는 것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② 생각한 모양에 맞게 다양한 종류의 과자를 잼을 발라 뻥튀기에 붙인다. ③ 이렇게 꾸민 뻥튀기를 풀로 도화지에 붙인다. ④ 도화지 여백에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뻥튀기와 과자로 원숭이 머리를 만들었다면, 여백에는 몸을 그리는 식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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