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의원/탈당할까… 내쫓길까…/경선끝난 민자당 「징계」 소용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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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당행위 더 안하면 화해·포용 김 후보측/당내투쟁­신당채비 양면 전략 이 의원측
민자당의 김영삼대통령후보는 이종찬의원을 껴안을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해당행위로 규정해 잘라버릴 것인가.
김 후보측은 이 의원의 향후행동에 해답이 달려있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이 의원은 내쫓아 주기를 바라는 눈치여서 민자당은 한바탕 소동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김영삼대표는 경선거부선언후 「쫓아내 주기를 기다리는 듯한」 이종찬의원을 일단 포용할 뜻을 명시했다.
김 대표는 후보선출직후 기자회견에서 『나와 정치적 견해를 달리한 분들에게 최대한 관용을 통해 하나가 되는 길을 모색하겠다』며 이 의원과도 대화할 뜻을 밝혔다.
김 대표 측근인 최형우정무1장관은 20일 『이 의원에 대한 처리방향이 미리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가장 중요한 변수는 지금부터의 이 의원의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경선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단일체제로 대통령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김 대표로서는 대의원 33%의 지지를 받은 이 의원과 화해하는 모습을 보이는게 최선의 모양이라는 얘기다.
김 대표측은 경선이전의 이 후보와 그후의 이 의원을 분리해 이의원이 앞으로 「해당행위」만 하지 않으면 그를 당내 비주류로 포용하겠다는 태도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번 주말께는 당체제정비 및 대야개원협상준비를 해야하는 시급한 문제를 떠안고 있다.
따라서 이 의원 처리문제의 시한은 그리 길 수가 없다. 문제는 이 의원의 태도에 달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대표측의 대부분은 경선이전의 문제는 불문에 부칠 수 있지만 이 의원은 독자출마를 전제로 앞으로 더 용납키 어려운 행동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김 대표는 최대한 「관용」의 모습을 보이면서 이 의원을 제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망기간은 2∼3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다. 국면전환에 능한 김 대표가 이 문제로 시간을 질질 끌지는 않을 것이다.
김 대표가 이 의원 제거를 선택할 경우 당직개편,여야협상의 정치적 「건수」를 쉴새없이 만들어 이 의원 출당의 후유증을 제압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그러나 이 의원의 행위에 적극 동조하지 않는 이 의원 지지세력은 불문에 부쳐 최대한 껴안을 방침이다.
○…이종찬의원 진영은 「3분의 1」 지지를 등받이로 해 전당대회 무효화·징계불복 등 당내투쟁에 주력하면서도 대선독자출마라는 궁극적 구도의 신당창당을 위한 세결집을 서두르는 양면전략을 짜고 있다.
이 의원측은 19일자로 선거대책본부를 해체하고 율사출신인 오유방의원 중심의 「징계대책반」을 만들어 단계별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김 후보측이 금명간 당기위를 여는등 징계절차를 시작하면 이 의원측은 구체적으로 반징계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불공정 위장경선」에 대한 이 후보의 고발·거부는 구당행위이고 오히려 자유경선을 훼손한 김 후보측의 불공정행위가 해당행위라는 대응논리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 의원에 대한 징계는 앞뒤가 맞지 않으며 이 의원 행위는 「3분의 1」 지지로 정당성이 입증됐다는 주장이다.
일부에서는 전당대회원인 무효 소송같은 법적 투쟁방안도 말하고 있지만 다수는 이런 방법이 실효성도 적고 모양새도 좋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 의원진영은 전당대회 결과를 의식해 김 후보측이 징계수순을 늦출 경우 김 후보 선출무효화투쟁 등 당내운동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의원 주변에는 그러나 고민도 많다.
본격적으로 이 의원이 김 후보를 인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독자노선에 빨리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결단의 문제다.
신당을 만들려면 세가 중요한데 벌써부터 주변에 대한 「각개격파」가 시작돼 박태준최고위원·박철언의원이 이미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초조해한다.
「3분의 1」 지지는 그의 발을 당내로 잡아당길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를 「대선홀로서기」쪽으로 더욱 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늦어도 6월 중순까지는 독자노선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관측된다.<김진·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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