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가짜 비아그라' 심장병 환자엔 치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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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발기부전 치료제가 판치고 있다. 도심 약국에서 버젓이 가짜 비아그라를 판매하는가 하면,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를 재가공해 특효약으로 둔갑시켜 판매하기도 한다.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으면 심장병 환자의 경우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27일 중국에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를 밀수입해 약국과 성인용품점에 유통한 혐의(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성인용품 도매상 정모(41)씨를 구속했다.

정씨로부터 가짜 제품을 받아 정품인 것처럼 판매한 유모(66)씨 등 약사 1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정씨는 2005년 6월부터 중국 보따리상으로부터 가짜 비아그라를 한 개 500~700원에 구입해 20~30배 비싼 1만5000원을 받고 시중 약국에 넘겼다. 이렇게 해 챙긴 돈은 14억원에 이른다.

◆ 가짜 판친다=지난해 관세청은 총 113만 정의 발기부전 치료제 밀수를 적발했다. 전체 의약품 밀수 단속량의 92%다. 이 중 상당수는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가짜 제품으로, 대부분 중국산이다. 지난해 9월 전북 군산에선 무허가 제조공장을 차려놓고 가짜 비아그라 1만여 정을 혼합해 발모제와 당뇨 특효약으로 선전.판매하던 일당이 검거되기도 했다.

술이나 식품에 비아그라 성분을 넣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은 말레이시아 주스인 '스카이 프루츠'에서 발기부전 치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식의약청 관계자는 "이 주스가 국내에 정식 수입되지 않았으나 입소문을 타고 보따리상이나 여행객들이 구입해 유통시켰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 부작용 주의=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임필빈씨는 "정품 발기부전 치료제도 두통.코막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질산염 성분이 들어간 협심증 약을 먹는 환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의약품은 임상시험을 거쳐 식의약청 허가를 받아야만 판매할 수 있다. 특정 물질을 몇 ㎎ 넣었을 때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해진 대로만 만들고 처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짜 비아그라 등은 이런 허가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제조 공정도 잘 관리되지 않는다. 이번에 적발된 가짜 비아그라의 경우는 핵심 성분인 실데나필 함유량이 정품보다 57% 높거나 33% 낮은 등 일정치 않았다. 훨씬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효과를 볼 수 없는 것이다.

또 발기부전 치료 성분의 화학 구조를 살짝 변형시킨 제품도 있다. 이런 제품은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

김영훈.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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