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촬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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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TV드라마에 좋은「화면잡기」바람이 뜨겁다.
드라마의 영상미를 한껏 살린 MBC-TV『여명의 눈동자』를 계기로 TV3사가 다투어 TV드라마의 영상미를 쫓는 양상이다.
이들 작품은 주로 경관이 빼어난 국내 명소와 해외 휴양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 잔잔한 영상미로 가장 눈길을 끈 드라마는 SBS-TV의『금잔화』.
젊은 남녀들의 복잡한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광릉수목원의 숲 등을 배경으로 남녀주인공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군더더기 없이 잘 처리해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깔끔한 영상이 극의 주제를 제대로 전달하는데 한몫 한 셈인데 MBC-TV『분노의 왕국』은 주인공 김희애·변영훈의 신혼여행 장면을 일본 도쿄부근의 아타미 온천지에서 처리해 극의 효과를 높이기도 했다.
KBS-2TV 주말극『숲 속의 바람』과 앞으로 방송될 SBS의『궁합이 맞습니다』, MBC의『베스트극장-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등도 영상미를 추구하는 드라마로 꼽히고 있다.
특히 시골처녀의 애타는 사랑을 묘사할『베스트극장…』은 평소 영상미에 관한 한 탁월하다는 평판을 받고 있는 황인뢰 PD가 연출을 맡아 눈길을 모은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최근 지리산자락에서의 촬영을 마치고 마무리작업이 한창이다.
과거에 비해 영상미가 돋보이는 드라마들이 속속 얼굴을 내미는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드라마 제작자들은 말한다.
조경에 신경을 쓴 각 지방의 건축물 등에 힘입어 국내경관이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게 그 하나다.
한 예로『여명의 눈동자』에서 여옥과 하림이 귀국직후 사랑을 속삭이던 빼어난 풍광의 해변가는 필리핀이 아닌 제주도의 한 모퉁이였을 정도다.
드라마의 배경 영상이 사는 또 하나의 이유는 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제작장비의 현대화 바람이다. 아울러 연출자들이 경쟁적으로 보다 나은 화면을 구성하는데 관심을 쏟은 것도 영상미 추구 열풍을 더욱 달군 요인이 됐다.
그러나 이 같은 영상미추구 현상이 도에 지나쳐서는 안된다는 경계의 시각도 많다.
지나치게 영상을 추구함으로써 화면은 아름다운데 작품의 주제가 없어 감동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결국 주제표현에 역점을 두면서 영상미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송가에서는 대표적인 예로『금잔화』와『숲 속의 바람』을 들고 있다.『금잔화』는 선 정성 짙은 내용을 감추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영상미를 강조하고 있고『숲 속의 바람』은 여주인공들의 목욕장면 중 상반신이 과다노출 되는 등 선정적인 눈길 끌기용 장면들이 방송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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