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한국화 그 획을 짚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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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립미술관에서 25일 개막한 '한국화 1953~2007'전이다.

이응노.박래현.박생광.천경자.권영우.서세옥 등 한국화의 흐름을 이끈 대표적 작가 80여 명의 회화 200여 점을 선별해 보여준다.

시립미술관 박파랑 큐레이터는 "한국화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는지를 거시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기본적 의무감에서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 고 말했다. 그는 "현대 한국화에 대한 자료는 몇 권의 개론서와 간헐적으로 쓰인 학술 논문이 사실상 전부"라며 "1990년대 후반부터는 전반적인 맥락을 짚어볼 수 있는 전시조차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현대 중국화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연구를 토대로 국제 수묵화 비엔날레를 여는 등 수묵화 종주국의 위치를 체계화시키고 있다"면서 "한국화 분야에서도 정리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시는 주제에 따라 ▶추상의 유입과 실험 ▶전통 산수의 재인식과 현대적 변용 ▶서구 모더니즘에서 한국적 모더니즘으로 ▶채색의 맥 ▶한국화의 시야를 넘어 등 5가지 부분으로 이뤄졌다. 특별전 형식으로 '인물화'를 별도로 조명했다.

◆주목할 작가와 작품들

#이응노 도불전 출품작 '생맥'과 '해저'=58년 3월 고암 이응노가 프랑스로 떠나기 전 개최한 도불전은 기존 동양화단에 충격적인 반향을 불러 일으킨다. 잭슨 폴록의 작품을 방불케 하는 '생맥'(50년대)은 현재 연대가 확인되는 동양 화단 최초의 앵포르멜(추상표현주의) 작업이다. 당시 출품작이던 '생맥'과 '해저'는 프랑스 파리에 있는 미망인 박인경(85)여사가 현지에서 보내줘서 전시가 가능해졌다.

#박래현의 '노점 A'와 '정물 B'=박래현은 김기창과 함께 50년대 초반 입체파 양식의 작업을 시도함으로써 동양화단 최초로 서구 모더니즘을 실험한 선구자다. 두 작품을 통해 이런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묵림회 작품=묵림회는 1960년대 국전에 대항하여 한국화를 이끌어간 전위단체. 당시 서세옥.민경갑. 정탁영.송영방 등의 실험적 작품이 나왔다. 이들의 파급력은 '수묵추상'이라는 형태로 오늘날까지 한 전형을 이룬다.

#박생광과 천경자=한국 미술계가 배출한 걸출한 스타들이다. 박생광의 말기 대표작'제왕'' 토함산 해돋이''무속', 천경자의 '초혼''여인의 시''황혼의 통곡' 등을 감상할 기회다.

#아웃사이더 권영우와 안상철=권영우는'조소실''화실별견'에서 드러나듯 관점 자체가 동양화에서 벗어나 있다. 60년에 종이를 찢고 구기고 끈과 같은 오브제를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른다. 안상철은 60년대에 이미'몽몽춘''영 62-2'을 통해 종이 위에 돌조각을 붙이는 파격을 실현했다. 둘 모두 화단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았으나 지속적으로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켜왔다. 전시는 5월 27일까지 계속된다. 입장료 700원. 02-2124-8800.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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