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거대기업들 제휴 는다/EC통합 앞두고 살아남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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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백년전 유럽의 봉건 영주들은 전쟁을 피하기 위해 혼사를 맺었다.
마찬가지로 유럽의 초거대기업들은 내년 1월 유럽공동체(EC)통합을 앞두고 경쟁을 피하기 위해 잠자리에 같이 들고 있다.
최근 포브스지에 실린 유럽기업의 한 「혼맥도」는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의 경제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얼마나 부심하고 있는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혼맥도는 독일의 다임러 벤츠와 이탈리아의 피아트사를 중심으로 주식소유·공동재산·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복잡하게 얽혀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은밀한 속을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벤츠와 미국의 제너럴 모터스사(GM)는 세계의 자동차시장을 놓고 격돌하고 있지만 표에서 보듯 사브(스웨덴) 등의 기업을 통해 얽혀있으며 르노(프랑스),볼보(스웨덴)와도 일본의 미쓰비시 그룹을 통해 혼맥을 이루고 있다.
피아트 역시 미국의 IBM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있고 이를 통해 전자회사인 지멘스(독일),톰슨(프랑스),필립스(네덜란드) 등과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재벌가의 혼맥 이상으로 다국적 기업끼리 끈끈한 유대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국적 기업끼리의 소모전을 피하고 기술과 자본을 교류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경쟁력의 강화가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하나도 상대하기 힘든 이들 명문기업들의 「상류사회」 형성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돌아보게 한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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