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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선 모자라 아우성인데…/의원들 잇단 병실폐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분만·수술실도 무더기로/2년간 천8백곳/사용료 싸고 수술분쟁 기피
대학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은 병실이 모자라 입원희망 환자가 몇달씩 기다리는 형편인데도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입원실·수술실 등을 잇따라 폐쇄하는 기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이같은 의료기관의 양극화현상은 89년 7월 전국민 의료보험시대 개막이후 특히 두드러진 것으로 입원실의 경우 턱없이 낮은 보험병실료 때문에,수술실·분만실의 경우 의료사고분쟁의 위험성과 간호사 등 구인난 때문에 도시지역 개업의들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이때문에 간단한 질병을 동네의원에서 진단·치료토록 하고 중한 질병만 일반병원­종합병원을 거치도록 의료기관의 역할·기능을 분담시키려던 정부의 의료전달 체계가 기반부터 흔들리고 있다.
◇병실 폐쇄=11일 대한의학협회 개원의협의회 조사자료에 따르면 91년말 현재 전국 1만2천여개 의원급 의료기관 가운데 병실이 없는 곳은 3천여곳(25.2%),분만실·수술실이 없는 곳은 3천2백여곳(26.5%)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민의료보험 실시 직전인 89년 6월 병실이 없는 2천4백여곳(19.7%),분만실 등이 없는 2천여곳(16.3%)과 비교할때 불과 2년6개월만에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중 6백여곳이 병실을 폐쇄했으며 1천2백여곳이 분만실·수술실을 없앴다는 통계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이처럼 입원실·수술실 등을 폐쇄하는 이유는 ▲하루 입원료 6천7백원에 불과한 현행 의보수가로는 간호사 등 의료보조인력의 인건비 등에도 턱없이 모자라 채산이 맞지 않으며 ▲전체 의료사고중 분만·수술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32.7%(91년 의협공제회 조사)나 되는데다 ▲근래 시민들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집단행동이 유행하면서 분쟁 뒤처리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또 간호조무사의 경우 한해 1만1천명이 필요한데도 박봉·격무로 9천여명밖에 공급되지 않는 등 의료보조인력 구인난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문제점=의원의 입원실·수술(분만)실 폐쇄는 ▲전체적으로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 병실난을 가중시키고 ▲의원­병원­종합병원의 의료전달체계 기반을 무너뜨리며 ▲단순한 질병치료조차 종합병원에 의존해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비부담 가중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보사부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병상은 모두 14만3천3백5개로 수요에 비해 모자라 7차 5개년계획기간중 96년까지 2만병상 증설을 추진중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여관 숙박료 수준에도 못미치는 병실료의 적정한 수준으로의 인상,효율성 있는 의료분쟁 조정제도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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