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호 「우주보험」을 잡아라”/국내 손보사 주간사 따기“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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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담팀 구성… 2백80억중 60억 쟁탈전/11개사 모두 참여 「풀」방식 채택가능성
한국통신에 의해 95년 발사되는 국내 최초의 인공위성 무궁화호를 놓고 이번에는 보험업계의 한바탕 싸움이 임박했다. 무궁화호에 걸리는 국내 초유의 「우주보험」 2백80억원의 계약원칙이 내달중 확정됨에 따라 손보사들은 본격적인 인수추진팀 가동채비에 나섰다.
그동안 무궁화호 보험의 발주를 놓고 고심해온 한국통신은 이달말 미국·영국 등의 우주보험 실태를 둘러본후 내달중으로 보험계약에 관한 제반원칙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한국통신 관계자는 이와 관련,『엄청난 이권이 걸린 문제니 만큼 잡음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국내 11개 손보사들이 보험인수에 모두 참여하는 풀(공동인수) 방식을 택하되 계약에 책임을 지는 주간사회사를 선정,약간의 혜택을 추가로 주는 방안이 유력시 된다』고 밝혀 계약원칙문제가 거의 정리됐음을 시사했다.
현재의 일정으로는 내년초에 인수보험사를 선정,94년에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따라서 올 연말까지 인수보험사의 윤곽이 거의 드러날 전망이다.
무궁화호의 보험료 2백80억원은 단일 물건으로는 국내보험사상 최대 물량. 인공위성의 조립단계에서부터 운송·발사·운항·통신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고에 대한 보상을 책임지는 우주보험은 무궁화호의 경우 총보험료가 4백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중 조립보험은 제작사인 미국제너럴 일렉트릭(GE)사가 처리하므로 국내보험사에는 떨어질 가능성이 없다.
보험료 규모도 규모려니와 앞으로 최고 유망보험상품으로 떠오를 우주보험의 첫 계약이라는 점에서 시장주도권 쟁탈전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럭키·안국·동양·고려화재 등 몇몇 선발주자들은 작년부터 연구반을 구성,자료수집 등 준비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한국통신 관계자들에게 부지런히 「얼굴내밀기」를 하고 있다. 행보가 한발 늦었던 손보사들도 최근 전담팀 구성을 마쳤거나 마무리단계에 있다.
보험업계는 이번 계약의 주간사회사는 전체보험의 20%까지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6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이다. 공동인수사들보다 30억원이상 액수를 더 끌어당길 수 있으니 군침도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주보험이 현재로는 받은 보험료보다 보험금지출이 더 많을 정도로 워낙 사고율이 높고 국내의 노하우가 전무하다시피 해 인수한 보험 거의 전부를 외국전문보험사에 재보험으로 넘겨야 할 판이다.
국내 손보사들이 얻는 실리는 다른데 있다.
재보험을 들어주는 대가로 상당액의 「구전」(출재수수료)을 받는다. 수수요율은 물건에 따라 다르나 무궁화호 보험의 경우 보험료의 10%선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잘만 엮으면 위험부담을 거의 지지않고도 수억원의 「공돈」을 만질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손보사에는 큰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궁화호 우주보험은 국내사 못지않게 외국사의 관심도 높아 외국의 전문회사나 재보험전문 브로커의 한국통신에 대한 로비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어 경험이 없는 국내사들이 이들에게 오히려 실속을 빼앗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재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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