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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장 '보복폭행' 의혹 무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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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달 9일 발생한 H그룹 K회장(55) 의 보복 폭행 의혹은 왜 한 달 반이 넘도록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본지 4월 25일자 10면>

25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 태평로지구대 소속 경관 2명은 3월 9일 0시9분 서울 북창동의 S클럽에 출동했다. "손님이 직원들을 심하게 폭행했다. 가해자가 특정 그룹 회장 자녀다"라는 내용의 112 신고에 따른 것이다. 그 시각 K회장은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아들(21.미국 대학 재학 중)을 때린 S클럽 종업원 조모(28)씨를 찾아냈다. 그 뒤 폭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 나간 경관들은 종업원 6명에게서 "우리끼리 다퉜다"는 말을 듣고 구두 경고한 뒤 철수했다. 태평로지구대의 일지에는 '사건이 경미하고 양측이 처벌을 원치 않아 강력 경고 후 해산시켰다'고 적혀 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했더라면 사전에 폭행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은 "경찰은 현장 도착 뒤 112 신고자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으나 '다시 신고하겠다'는 말만 하고 바로 끊어 버려 연락이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 어떻게 알려졌나=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달 중순 K회장의 폭행 사건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다. 함구령을 내리면서 내사를 벌였지만 결국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폭행을 목격한 목격자가 워낙 많았고 북창동 일대에선 "H그룹 회장 아들이 강남에서 시비가 붙어 여기에 복수하러 왔다"는 소문이 이미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가 '지라시(사설 정보지)'에도 폭행사건이 실렸다. K회장 아들이 폭행당한 청담동 G가라오케는 양주세트가 20만원 수준으로 인근 다른 술집에 비해서도 싼 편이다. 조씨가 일하는 S클럽은 3층 건물 전체를 쓰는 룸살롱이다. 술값은 1인당 30만~40만원이며 퇴폐 쇼를 하는 속칭 '북창동식' 술집이다.

◆ "아들 사랑 각별"=H그룹 주위에선 이번 사건의 한 배경으로 K회장의 각별한 자식 사랑을 들고 있다. 세 아들이 하버드대 등 미국 명문 대학에 입학하자 김 회장은 이를 매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사업차 미국을 방문할 때면 반드시 아들들을 불러 근황을 챙겼다. 자신의 홈페이지에는 아들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올려 놓고 있다.

H그룹 관계자는 "'재벌 회장과 아들, 그리고 폭력'이라는 자극적 소재 때문에 사건 내용이 마구 부풀려졌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무슨 서부 활극이냐. 창고에 끌고 가 폭행했다는 등의 내용이 상식적으로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대기업의 회장이, 지켜보는 눈들이 있는데, 그런 비상식적인 행동을 할 리 없다는 주장이다.

이현상.이에스더.이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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