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모든 핵시설 공개 약속”/미 카네기대표단 방북보고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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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 위성파악 시설·구조물 사찰단에 개방/플루토늄 소량생산… 미사일협약 가입희망
북한은 IAEA사찰단이 미국 정보위성이 재처리시설로 파악한 건물을 포함,원하는 어떤 시설이나 구조물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해 지금까지 제시해온 것중 가장 명확하고 공개적인 약속을 대표단에 전달했다.
이같은 약속중에는 김영남외교부장이 『IAEA는 원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원한다면(IAEA에 제출된) 최초의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시설들도 보여줄 수 있다』고 한 발언이 포함된다.
미국이 재처리시설로 파악하고 있는 건물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을 받고 김 부장은 『원하면 보여주겠다』고 대답했다.
재처리시설로 지목되고 있는 시설사찰에 대한 가장 자세한 의견교환은 셀리그 해리슨과 최정순원자력공업국장과의 대화에서 최가 재처리시설 존재 부인후 다음과 같은 대화에서 나왔다.
­해리슨=우리 정보기관이 어떤 건물을 재처리 공장이라고 오해하고 있는가.
▲최=모르겠다. 우리는 개성과 평양사이에 고속도로를 건설했다. 이 건설사업은 동시에 다른 여러지역에서 진행됐다. 미국은 우리가 미사일 저장고를 건설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해리슨=그러나 문제의 건물은 길고 좁다란 모양으로 보통 재처리시설과 관계되는 탑모양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우리는 IAEA에 모든 시설을 완전 공개할 것이다. 그들이 무엇을 보고 그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은 다 볼 수 있다. 우리는 건설중인 시설을 비롯,모든 핵시설을 명세서에 포함시켰다.
­해리슨=리스트에 없는 시설을 보자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최=우리는 핵안전협정이 다루고 있는 모든 시설을 개방할 것이다. 다른 시설을 보자고 한다면 그 시설들도 개방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재처리시설로 파악하고 있는 건물에 대한 접근문제에 대답하면서 노동당 국제문제 담당비서 김용순은 『우리는 모든 것을 개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대표단은 영변에 있는 것으로 최근 밝혀진 5메가W 원자로 가동에 관한 중요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어냈다. 이 정보는 이 원자로의 지금까지의 가동에 관한 미국측 평가와 매우 달랐으며 앞으로의 IAEA사찰에서 밝혀야 할 주요 문제로 파악했다.
최 국장은 이 원자로의 건설은 86년에 완공됐으며 플루토늄을 포함하는 매우 제한된 양의 연료를 생산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 문제로 인해 간헐적으로 가동한 것을 제외하고는 이 원자로의 작동이 중지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량의 새로운 연료봉이 결함이 있는 연료봉과 교체하기 위해 이 원자로에 들어갔으나 원자로는 아직도 처음에 넣은 핵연료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스스로 개발한 원자로의 작동을 배우는 과정에서 직면했던 기술적인 문제를 예로 들며 그는 원자로의 연료봉 뿐만 아니라 발전용터빈을 원자로에 결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최 국장의 주장과 대조적으로 로버트 게이츠CIA국장은 이 원자로가 지난 4년동안 가동돼 왔으며 북한의 핵폭탄 제조가 매우 임박했다고 말함으로써 북한이 상당한 핵연료를 축적해 왔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같은 다른 주장을 감안할때 북한이 핵연료를 비밀리에 축적하고 있다는 의심은 IAEA가 이 원자로의 가동기록을 자세히 조사하고 얼마나 많은 핵연료가 생산되었는지를 측정하지 않을 경우 더 짙어질 것이다.
재처리시설의 존재를 부인하면서 최 국장은 재처리와 관련된 연구노력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제시했다. 그는 재처리연구가 영변에 있는 방사능연구소에서 진행됐지만 이 연구소가 아직 완전히 장비를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연구결과 실험목적으로 소량의 플루토늄이 생산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생산량에 대해 그는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실험목적은 『자주적인 핵계획건설에 매우 중요한 핵연료순환에 관한 데이타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플루토튬이 북한이 스스로 개발한 영변 5메가W 원자로에서 끄집어낸 손상된 연료봉에서 추출됐다고 말했다. 이 원자로는 당시 IAEA 사찰대상이 아니었다.
북한의 지대지 미사일수출에 대한 미국의 우려와 관련,김영남부장은 미사일수출을 부인하면서 북한이 MTCR의 지침을 준수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장은 『다른 나라들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라고 왜 안하겠느냐. 우리는 미사일확산에 반대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가 그같은 협약에 참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이 MTCR기준을 넘는 스커드미사일을 중동에 수출한 증거를 포착했다. 참모차장 권정용은 북한이 MTCR기준에 육박하는 능력이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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