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야 놀자] 펀드 유행의 허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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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해외 펀드 투자는 국내 주식 펀드에 대한 적립식 열풍이 한풀 꺾이기 시작하던 2005년 말 시작됐습니다. 이후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베트남.리츠.일본.동유럽.서유럽 주식 펀드로 열기가 이어졌습니다. 마치 해외 펀드의 '돌림노래'를 듣는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펀드 돌림노래는 투자자들이 먼저 요청해서가 아닙니다. 펀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판매사들이 마케팅을 열심히 한 결과물일 뿐입니다.

판매사들은 새로운 해외 펀드를 판매할 때마다 해당 펀드의 과거 수익률과 장점을 부각시키는 판촉을 해 왔습니다. 제시 내용이 엉터리라는 말이 아닙니다. 문제는 그 펀드가 가진 단점을 동시에 제시하지 않았고, 수익률이 좋았던 기간만을 뚝 잘라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물건의 문제점까지 얘기하면서 파는 장사꾼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을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런 장사꾼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금융기관이 단순한 장사꾼에 머물러서는 곤란합니다. 금융상품을 팔 때는 물건을 파는 것을 넘어 신뢰를 파는 것이어야 한다고 투자자들은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기한 것은 판매사들의 돌림노래식 펀드 마케팅으로 시장 전체적으로는 글로벌 분산 투자가 완성돼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제 미국을 포함한 북미펀드.남미펀드만 팔리고 나면 글로벌 주식 펀드 포트폴리오가 완성되는 셈입니다.

이제 투자자 개인의 입장에서 본인의 펀드 포트폴리오를 한번 점검해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지금껏 유행했던 펀드를 골고루 갖고 있다면 훌륭한 분산투자를 실천해 온 셈입니다. 물론 분산투자는 전체 투자자산의 평균적 고수익과는 거리가 먼 투자 방법입니다. 앞으로 어떤 펀드가 고수익을 올릴지 안다면 한 펀드만 '콕' 찍어 투자하면 되지 굳이 분산투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러나 분산투자는 한쪽 펀드 수익률이 나쁘면 다른 쪽이 만회해 줌으로써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게 해 주는 방법입니다. 이는 최근 베트남 펀드의 추락과 초기 해외 펀드 붐을 이끌었던 인도.중국 펀드의 선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신도 모른다는 게 주가입니다. 증시의 방향성을 알기 힘든 인간, 곧 투자자들에게는 분산투자가 정답입니다.

최상길 제로인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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