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이 간암 직접 일으킨다"|김창민 박사 영 네이처지에 논문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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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직접 간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국내 학자에 의해 구명됐다. 이는 세계적 권위를 가진 학술지『네이처(Nature)』91년 5월호에 이 연구를 주도한 원자력병원 김창민 박사(내과)의 논문(「형질변환 쥐에서 HBx유전자의 간암 유발」)이 실렸다는 사실이 최근 확인됨으로써 밝혀졌다. 『네이처』에 논문을 실은 국내학자는 10명 미만이며 의학계에서는 김 박사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박사는 이 연구논문에서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생산해내는 HBx라는 단백질이 암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메커니즘을 통해 직접 간암을 일으킨다는 것을 증명했다. HBx의 간암 유발은 기존의「간염→간경변→간암」식의 암 발생 이론과는 달리 간염이나 간경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B형 간염 바아러스 감염만으로도 간암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며 의미 있는 연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HBx가 간 세포내의 암 관련 유전자를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도구로 김 박사는 첨단 유전공학 기법을 이용해 선천적으로 HBx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생쥐를 만들었다. 정상적인 쥐들과는 달리 HBx단백질을 자기 몸 속에서 계속해 만들어 내게된 이 생쥐는 생후 4개월만에 종양발현 직전의 병변을 보이고 있음이 현미경으로 확인됐다.
실험대상이 된 형질변환 생쥐는 모두 57마리로 이중 75%에서 뚜렷한 간암의 발생이 확인됐다. 이런 실험결과는 이른바「트랜스액티베이션」이라는 이론으로 설명되고 있다. 트랜스액티베이선 이론은「암 발생 등에 관계된 유전자가 다른 유전자로부터 생성된 단백질에 의해서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실험의 경우 HBx가 바로 다른 유전자로부터 생성된 단백질에 해당된다.
이 같은 실험결과는『B형 간염 바이러스가 간에 염증을 일으키고 이 염증이 반복되면서 2차적으로 생기는 간세포의 재생 과정 중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간암에 이른다』는 이른바「간염→간경변→간암」식의 이론과는 B형 간염바이러스 직접개입여부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김 박사는『이 같은 연구결과는 그간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종양 원성바이러스(종양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가 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것』이라며『한편으로 HBx에 의해 발생되는 간암에 대해서는 새로운 치료법, 즉 최근 활발히 시도되는 유전자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법은 종양 괴사 인자나 인터페론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원하는 특정 세포에 주입해 활성화된 암 유전자의 기능을 파괴하거나 비 활성화된 암 억제 유전자의 기능을 재생시키는 방안으로 외국에서는 이미 일부 실험적 성공을 거둔바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율은 10%정도이며 세계 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보균자는 비 보균자에 비해 간암에 걸릴 확률이 2백23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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