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얼음매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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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찬(1947~ ) '얼음매미' 전문

저, 매미 소리
참 맑고 시원도 하다

솔바람 가득한 산에서 해를 나던
굼벵이
지난 겨울
살 에던 산바람 제 몸에 재어
꽁꽁 얼려 놓았다가
되바라지지 않게 풀어놓고 있다

얼음매미
그, 맑고 투명한 소리의 정체.



이 겨울 한복판에서도 여름을 준비하는구나. 삼복 불볕더위에 얼음보다 시원한 울음을 울어 주려고 땅속 굼벵이는 이 혹한 살을 에는 삭풍을 제 몸에 차곡차곡 재어 두는구나. 겨울에는 여름을 준비하고 여름에는 겨울 준비에 바쁜 그를 배워야겠구나.

유안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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