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플라체스, 올림픽행 좌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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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에서 활약중인 남아공화국 출신의 마라토너 마크 플라체스(30)가 TOC규정에 의해 올림픽 출전의 길이 막혀 실의에 빠져있다.
마라톤 풀코스 최고 기록이 2시간8분59초인 플라체스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마라톤에서 2시간10분29초의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유망주.
미국 대표선발전 기준기록 2시간12분6초를 능가해 출전만 하면 대표선발이 확실시 됐었다.
그러나 플라체스는 지난달 18일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벌어진 바르셀로나 올림픽 파견 마라톤 국가대표 선발전에 미국 국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전을 거부당했다.
혼혈아인 플라체스는 인종차별 정책을 펴는 남아공화국에서 태어나 백인과 흑인의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한 채 국외자로 고립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아내 실리와 함께 지난 88년 1월 3주간의 미국 여행길에 나선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고국에 돌아가겠다는 계획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당시 세살이던 딸 제니를 보는 순간『차별 받는 세상에서 딸을 키울 수 없다』는 일념으로 선뜻 미국망명을 신청했다.
물리치료사인 플라체스는 영주 후 5년이 지나야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IOC규정에 묶여 미국 대표팀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내년 1월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통보를 최근 미국 올림픽위원회(USOC)로부터 받았다. <김상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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