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경기 화성군 마도면 송정 2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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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경기도 화성군 마도면 송정 2리는 각종 흉악 범죄가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수도권 지역에서 유일하게 11년 연속 범죄 없는 마을의 명예를 지키고 있어 화제다.
더욱이 이 마을은 아직도 미제로 남아 있는 화성 부녀자 연쇄 살인 사건을 비롯, 강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화성군에 자리잡고 있어 그 의미가 돋보이고 있다.
이 마을은 정부가 지난 81년 「법의 날 (5월1일)」을 맞아 「범죄 없는 마을」로 포상한 이래 올해까지 무려 11년 동안 무범죄의 대기록을 세웠다.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되기 위해서는 주민들이 한햇동안 경범죄를 포함한 어떠한 범죄 사실도 기록하지 말아야 한다.
교통사고를 내거나 예비군 훈련을 기피하는 등 아주 경미한 범죄를 저질러도 법에 저촉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무범죄 마을의 명예를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송정 2리가 이처럼 「범죄 없는 마을」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종교를 중심으로 한 마을 주민간의 공동체적 유대와 아직도 살아있는 두레 풍속 등이 1백20여명의 주민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있기 때문.
『주민 전체가 천주교와 기독교를 믿으면서 각종 종교 모임을 통해 범죄에 유혹 받기 쉬운 인간 정신을 순화시켜왔습니다. 또 모내기·추수철이면 이웃끼리 돌아가면서 일손을 거들며 한가족처럼 지내왔지요.』
마을 이장 전갑철씨 (47)는 『어른들은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해 모범을 보이고 젊은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잘 따라주니 법을 어기는 일이 생겨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처음 범죄 없는 마을로 선정됐을 때만해도 주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매년 선정될 때마다 정부지원으로 도로 확·포장, 하천 보수 등 숙원 사업이 해결되고 마을의 명예가 날로 높아지자 주민들 사이에는 「나 하나로 인해 주민 전체가 피해를 볼 수 없다」는 의식이 형성돼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게 됐다.
이때부터 마을에서는 도박이 사라지고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 술·담배를 삼가는 등 마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 지금은 그 흔한 구멍가게·담배 가게 하나 없는 마을로 되었다.
전현식 마도 지서장은 『부임한지 5년이 넘었지만 사건 관계로 송정 2리 주민들을 접촉한 사실이 한번도 없다』면서 『모든 마을이 이와 같으면 민생 치안 문제가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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