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행위 연구로 범죄예방 할 수 있다/「피해자학」창립 심포지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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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강도 만났을때 행동요령등 분석/현행법,피해자보호 소홀 지적도
범죄의 원인규명 등을 위해 범인에게만 초점을 맞추던 종래의 연구방법에서 탈피,피해자의 행위 등에 대해서도 연구해야 한다는 「피해자학」이 최근 국내에서 활발히 논의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피해자학회(회장 민건식 변호사)는 25일 서울교총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피해자학의 기본개념 등을 소개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피해자학은 48년 독일인 폰 헨티히가 범죄피해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이래 최근 범죄의 총체적 이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신학문.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피해자학은 ▲범죄의 원인으로서 피해자 행위에 관한 연구 ▲재판등 형사절차과정에서의 피해자 보호 ▲범죄발생후 피해자의 사회적 부조등 크게 세분야로 대별된다.
◇범죄의 피해자 역할=종래의 범죄학에서는 범죄자 개인의 심리적·사회적 배경과 원인을 탐구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범죄는 범인·피해자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므로 피해자행위에 대한 연구없이는 범죄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우며 범죄예방을 위해서도 반드시 분석돼야 한다는 것.
피해자의 어떤 행위가 범죄를 촉발시키고,또는 범인으로 하여금 범죄를 중도에서 포기하게 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범죄예방정책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자극적인 옷차림이 성범죄에 끼치는 영향,또는 강도를 만났을때 취해야할 행동요령 등이 연구대상에 포함된다.
◇형사절차상 피해자보호=현행 형사소송법 등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라는 대전제아래 피고인의 방어권과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 치중,진술권·배상명령청구권 도입외엔 피해자의 이익·권리보호 측면에서 소홀한 편이었다.
따라서 형사절차상 피해자가 받는 고통과 불이익을 최소화하고 이익을 극대화시켜 피해자의 지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사생활을 증언하도록 강요받는 경우도 있으며 범인이 피해자의 잘못을 들추어내 면책수단으로 악용하기도 한다는 것.
미국은 82년 피해자보호를 위한 규정을 도입한바 있으며 독일도 87년 피해자보호법을 제정,형사소송에서의 피해자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범죄로 인한 재산피해의 원상회복문제도 피해자학의 연구대상. 이와 관련해 가해자와 피해자간의 화해 절차,제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사회적 부조=대부분 범죄피해자들은 오랜기간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특히 성범죄 피해자들은 평생 순결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정상적인 생활마저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또한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못하거나 법정에서 증언하기를 피하는 사례가 자주있다.
이러한 피해자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피해자학의 영역. 선진국에서는 이미 피해자들의 사회재적응화를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실시중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형법과 형사소송법이 범죄인들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을 위해 존재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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