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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의 군사우위 체제(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은 지난해 12월 김일성이 맡고 있던 인민군 최고사령관직을 장남 김정일에게 넘기더니 지난 20일에는 그에게 원수칭호를 부여한데 이어,인민군창설 60주년 전야인 24일에는 장성급 6백24명을 무더기 승진시켰다.
특히 종신제에 가까운 계급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북한 인민군에서 새로 대좌급 5백24명을 소장(우리의 준장)으로 무더기 승진시킨 것이 눈을 끈다. 이로써 북한군은 총 1천5백명 수준의 장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우리 국군의 3배 규모나 되는 별의 인플레다.
더구나 전쟁때 외에는 별로 없는 원수·차수 등 이른바 원수급만 11명이나 만들고 김정일이 같은 원수인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를 포함한 이들에게 직접 계급장을 달아주었을뿐 아니라,이를 미리 예고방송까지 해가며 홍보했다.
이같은 인민군계급 구조의 파격적인 상향조정은 최근의 핵무기개발 움직임과 함께 내외의 관심과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족하다.
북한의 이런 군부우위정책은 군사적 동기와 함께 김정일 후계체제의 안전보장을 위한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반영된 조치로 판단된다.
북한은 유럽공산권의 붕괴와 소련의 해체 및 한·러,한·중관계의 개선등 내외환경의 변화로 체제유지 자체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여기에 김정일의 권력승계 시기가 겹쳐 있는 것이다.
김일성으로서는 군경력이 없는 김정일에게 인민군통수권을 넘겨주고 군의 최고계급인 원수호칭을 부여함에 따라 생길 내부불만을 덜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과 비슷한 개인숭배 철권체제였던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믿었던 군부에 체포되어 처형된 사실에 충격을 받았을게 틀림없다.
김일성은 이러한 내외의 변화된 상황속에서 믿을 것은 결국 군사력뿐이며 그것은 신뢰할만한 직계인물에 의해 철저히 통제돼야 한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핵을 개발해서라도 군사력을 강화하고,군의 통제권을 김정일에게 맡기며,그로 인한 불만을 덜면서 군의 사기를 올려주기 위해 계급의 인플레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좌급의 장성으로서의 대량승진은 군내의 젊은 김정일계를 강화해 북한군을 김정일 친위대로 개편해 나가려는 저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 지도부의 심리적 불안상태를 반영,더욱 병영화되고 있는 북의 군사태세에 우리로선 각별한 경계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도 군사태세의 강화보다는 남북한의 관계개선을 통한 협력이 오히려 그들의 체제안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서 남북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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