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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무시하고 일주일만에 “강행”/서울시의회 「보좌관제」통과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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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민자서 약속어겨” 감정 크게 작용/민원전담부서 설치로 후퇴 할듯
내무부·민자당은 물론 청와대까지 가세한 엄청난 철회압력과 언론의 계속된 비판에도 불구,서울시의회가 의원민원보좌관제를 결국 통과시킨 데에는 무엇보다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민자당이 총선전에 약속했던 것과는 달리 여론에 밀려 철회압력을 해온데 대한 배신감,협조는 커녕 반대입장만을 고수해온 내무부에 대한 감정,대다수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에서 온 고립감 등이 한데 어우러져 민자당 소속 시의원들이 반발심리로 야당의원들과 똘똘뭉치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22일 본회의과정에서 시의회 지도부가 이 결과가 가져올 파장과 시기적으로 좋지 않은 점을 내세우며 합리적인 판단을 요청하자 대다수 의원들이 『이왕 욕먹은 거 갈데까지 가보자』 『누구하나 우리편을 들지않는 상황인데 우리 몫은 우리가 챙겨야되지 않느냐』는 식의 감정어린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시의회의 이날 결의는 보좌관제 자체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고 발의한지 일주일만에 최종통과를 시켜버리는 과정상의 문제점때문에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의원들은 한결같이 『생업을 돌볼 겨를도 없이 거의 매일을 잡다한 민원처리에 보내야 한다』 『1천만시민에 7조원이 넘는 예산을 다루면서 전문가 도움없이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 『지역구주민 5만명에 불과한 국회의원도 4∼5명의 보좌관을 두고 있는데…』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정 그렇다면 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민들에게 이를 알려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장 주변에는 민자당 중앙당 관계자,안기부·경찰·내무부 직원 등이 모습을 나타내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정부·여당의 근심을 여실히 나타내기도 했다.
청와대 등의 보류요청에 따라 당초 이날 민자당의원 총회에서 의원들을 설득,조례안 상정을 일단 보류키로 계획했던 김찬회의장등 지도부측은 사태가 악화되자 상임위원장·간사 등에 의원설득작업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는등 표류를 거듭했고 의장직권으로 의안상정을 보류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의장실까지 몰려들어 의장불신임결의 운운하며 몸싸움까지 벌이는 의원들의 압력에 굴복,결국 회의속개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서울시·내무부측은 당초 방침대로 재의요구와 대법원에 특별소송까지 내 효력발동을 막는다는 입장이나 이로 인한 후유증은 양쪽 모두에 클 수 밖에 없다. 서울시는 의회와 감정의 골이 깊어져 앞으로 의회협조는 커녕 적극적인 공세가 예상되는데다 내무부측은 이같은 결정이 다른 시도의회나 기초의회로 파급되는 것을 적극 저지해야 하는 형편이다.
또 의원입장에선 이번 사태로 의장단에 대한 불신이 극도에 달하게 돼 조직개편등 한차례 몸살이 불가피하고 일종의 항명인 이번 사태에 대해 최고 상층부로부터의 모종조치까지 예상되고 있다.
결국 의원들이 앞으로 임기가 3년이나 남은 상태에서 악화된 여론을 계속 감수하기도 힘들다는 점을 감안할때 당정수뇌부의 「교통정리」로 대법원 판결전에 보좌관 대신 민원전담처리부서 설치등 절충안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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