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가족사진 집안에 걸기 붐 화목한 분위기 연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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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서울서초동 무지개아파트 김 모씨(53)가정.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 벽 한가운데 대형 가족사진이 방문객의 시선을 한눈에 끈다. 남편 옆에 살그머니 다가앉은 부인과 그 왼편으로 의좋게 미소짓는 두 남매, 그리고 오른쪽 엄마 옆에 편히 앉은 큰 딸. 의자의 높낮이를 달리해 포물선형으로 둘러앉아 서로를 그윽이 바라보는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 좋다.
이같이 예술적인(?)대형 가족사진을 찍어 거실이나 안방에 걸어두는 가정이 늘고있다.
예전에도 가족사진을 찍는 가정이 있었지만 최근의 가족사진은 대형화하고 사진 속의 인물들이 모텔이나 탤런트를 방불케 할만큼 멋있고 자연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다른 점. 또 자신을 찍는 계기도 환갑이나 결혼과 같은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가족사의 기록으로, 화목함과 애정을 증거하기 위해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해마다 결혼기념일이면 사진관에서 가족사진을 찍는다는 김경애 씨(38· 서울목동)는『거실에 그립대신 가족사진을 걸었더니 찾아오는 손님마다 감탄하며 우리도 이렇게 해야겠다고 말하는 이가 많다』고 말한다. 김씨는 화가 날 때 가족사진을 쳐다보며 화를 풀기도 한다며 남 보기에도 화목한 가정으로 보여 좋다고 말한다.
대형 가족사진 촬영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약3∼4년 전부터. 사회 전반적인 생활수준향상과 가족중심주의 의식증가, 그리고 사진기술의 발전 등에 힘입었다고 볼 수 있다. 아트포토대표 박현선 씨는 『핵가족화가 되면서 자녀의 입학 때, 결혼기념일, 자녀 결혼으로 새 식구가 생길 때, 해외유학이나 해외장기 출장을 떠날 때 가족사진을 찍는 집이 많다』 고 말한다.
박씨는 또 주부들이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가족사진이 웬만한 동·서양화보다 생동감 있는 집안분위기를 연출하는 효과가 있어 이를 이용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족사진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사진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진을 또 찍고싶어질 만큼 사진이 멋있게 잘나온다는 점이다. 80년대 중반이후 불기 시작한 호화 결혼사진 촬영 붐으로 기존의 허바허바·란 스튜디오 외에 명성·원 스튜디오 등 10여 개 사진 전문 스튜디오들이 생겨났고, 이들은 단연코「작품」임을 내세울 만큼 멋있는 사진을 만들어내고 있다.
따라서 증명사진 찍듯 차려 자세로 앉아 어색히 웃음 짓는 사진은 이미 오래 전 얘기.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앉고 서는데 이때 몸의 포즈나 시선의 각도 등이 가족의 일체감을 주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도록 연출해내고 있다.
란 스튜디오 김재환 대표는 『가족구성원의 키나 나이, 남녀의 비율, 사회적 지위, 집안의 분위기, 옷 색상까지 고려해 좌석배치나 배경처리를 한다』며 가족구성원이 갖고 있는 이미지부각에 세심한 배려를 한다고 말한다. 이런 전문스튜디오들은 남편보다 부인의 체구가 더 크거나 유난히 큰 얼굴· 보기 흉한 흉터 등은 좌석의 배치나 소품· 카메라를 이용한 교묘한 기법 등으로 결점을 보완해 마치 자신이 TV속의 주인공이 된 듯한 세련되고 우아한 모습으로 만들어준다.
가족사진은 보통 40×50, 50×60, 60×80cm정도의 크기가 가장 인기. 가격은 전문스튜디오에서 촬영할 경우 40만원이상으로 매우 고가다. 또 물걸레로 먼지를 쉽게 닦아낼 수 있고 변색도 방지할 수 있는 특수 인화지를 쓸 경우는 더 비싸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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