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모(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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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우강수연양을 일약 월드스타로 만든 영화는 『씨받이』였다. 후손이 없는 양반집에 대를 이어 주기 위해 대리모로 들어간 한 가난한 처녀의 슬픈 이야기다.
그러나 「씨받이」란 말이 아직 널리 쓰이지 않아서 그런지 국어사전에는 보편화되지 않고 있다. 가령 이희승편저 『국어대사전』(민중서림)이나 최근에 나온 금성판 『국어대사전』(금성출판사)을 보면 「씨받이­밭」은 있어도 「씨받이」는 없다. 씨받이­밭은 채종밭. 씨앗을 골라 받는 밭을 말한다.
신기철·신용철편저 『새우리말 큰사전』(삼성출판사)에는 「씨받이」란 말이 나오지만 역시 채종이란 뜻에 국한되어 있다. 따라서 「씨받이」란 말이 언제,어떤 연유로 해 대를 이어주는 여성의 속칭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그 「씨받이」가 요즘 한창 도하의 화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씨받이」란 말이 언제,어떤 연유로 해 대를 이어주는 여성의 속칭으로 쓰이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그 「씨받이」가 요즘 한창 도하의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하여 대리모.
어제날짜 중앙일보를 보면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한 대리모공급회사가 국내의 불임가정을 대상으로 맹렬한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이쯤되면 씨받이도 하나의 기업으로 「행세」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그런지 이 회사의 홍보물은 더욱 가관이다. 그들은 IQ가 82에서 1백16에 이르는 평균 26세의 「젊고 똑똑한」 흑·백여성을 대리모로 「다수 구비」하고 있다고 선전하는 모양이다. 참으로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물론 우리의 전통적 씨받이와 대리모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대리모는 씨받이방식 이외에도 부부의 결함부분을 보완,체외수정으로 다른 여성에게 임신시키는 방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리모출산에는 윤리적·법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 그 한 예로 작년에 미국의 40대 여성이 자궁에 결함이 있는 딸을 대신해 「사위의 것」을 체외수정,출산했다. 이때 이 여인은 아기의 어머니인가,할머니인가라는 문제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만일 대리모가 기형아를 출산했을때 누가 책임을 지고 양육하는가 하는 문제다.<손기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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