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적 검증 필요한 「대리모」/장창엽 과학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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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돈이 된다면 생명도 사고 파는 것인가­.」
최근 국내 불임가정에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는 미국의 대리모회사를 보면 물질만능주의가 인간을 얼마만큼 타락시킬 수 있는가에 대해 새삼 우려하게 된다. 수천만원으로 일면식도 없는 외국 여성을 산 다음 그녀에게 정자나 수정란을 주어 출생한 아이를 두고 부모와의 천륜을 얘기할 수 있을까. 「일단 아기가 태어나면 어머니로서의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대리모와의 계약은 인륜에 비춰 진정 유효한가.
이 대목에서 우리는 현대의학이 가져다준 대리임신의 명암에 대해 윤리적 검증을 서둘러야할 의무를 느낀다. 국내의 대리임신이 지난 89년 10월 처음 성공한 이후 최근까지 이미 1백여건 이상 시도되고 있어 논의의 시작은 지금도 늦다.
정자·난자·자궁을 소스로 할때 사람은 16가지 형태중 하나로 태어난다. 이중에는 「친부·친모」의 형태를 포함,「친부정자·친모난자·대리모 자궁」형,「친부정자·대리모난자­자궁」형 등 수학적으로 가능한 조합이 모두 망라돼 있다. 외국에는 이 16가지 형태의 출산중 상당히 여러 케이스가 있으며 국내에는 친부정자·친모난자·대리모 자궁의 형태가 가장 흔하고 특히 대리모로는 불임여성의 자매자 동서·친모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런 케이스를 모두 경험한 어느 산부인과 의사는 『불임부부가 절실히 원해 막상 대리모 시술은 하지만 성공적으로 출산돼도 황당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현장의 비윤리성을 토로하고 있다. 아울러 이 의사는 이런 비윤리성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법으로 『친·인척에게는 대리모자격을 주지 않는게 어떠냐』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반면 다른 한 산부인과 의사는 『불임여성의 언니 혹은 동생이 불임을 해결키 위해 그런 임신의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며 『대리모 임신은 금전만 개입되지 않으면 문제될 것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리모 시술을 펴는 산부인과 의사간에도 이처럼 정반대의 견해를 보일만큼 대리임신에 관한 윤리성 논쟁은 복잡하고 난해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현대의술의 비약적 발전은 새로운 윤리의 정립을 필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윤리정립에 「현대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만큼 논란이 분분하겠지만 예의 미국회사(ICNY)처럼 공공연한 생명의 매매를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절대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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