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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민주화운동 헌신 정일형 박사 25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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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독립 유공자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고(故) 정일형(사진) 박사가 23일로 타계 25주기를 맞는다. 정 박사와 부인 고 이태영 박사를 추모하는 '정일형.이태영 박사 기념사업회'(이사장 정대철 열린우리당 고문)는 21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구민회관에서 추모식을 열어 고인을 추도한다.

이날 행사엔 특히 생전에 그와 정치 역정을 같이했던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참석해 추모사를 할 예정이다. 김수환 추기경, 서영훈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성수 성공회대 총장등 사회.종교계 인사들도 참석한다.

1904년 평안남도 용강에서 출생한 고인은 연희전문(연세대의 전신)과 미국 드루대(철학.법학 박사)에서 공부했다. 이후 연희전문과 감리교신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독립운동에 가담, 모두 21차례 체포돼 7년간 옥고를 치렀다. 장남인 정고문은 "생전의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너희 어머니가 누비이불 장사를 하며 옥바라지를 했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며 "그래서 해방후 고생한 어머니에게 법학공부를 할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고 회고했다. 이 박사는 우리나라'여성 법조인 1호'다.

고인은 해방직후 과도정부 인사행정처장.물자행정처장에 임명됐으며 제2공화국땐 외무부 장관을 맡아 국정을 이끌었다. 그는 기독교의 전파와 교육사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고인은 50년 서울 중구에서 국회의원(제2대)에 당선된 이후 77년(제9대)까지 내리 8선 의원을 지냈다. 신민당 부총재, 대표권한대행을 지냈다. 30여년 정치인생 대부분을 군정종식과 민주화, 통일운동에 헌신했다. 63년 5.16 군정 종식을 위한 '재야 12인 정치지도자회의'에 참여했고 65년엔 한.일 협정에 반대해 동료의원 8명과 함께 의원직을 사퇴했다. 77년 3월 고 함석헌 옹, DJ등과 함께 명동성당 구국선언 사건에 연루돼 3년형을 언도받고 의원직과 공민권을 박탈당하는등 고초를 겪었다. 복권2년 뒤인 82년 타계했다. 정부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고인은 임종 직전 자식(3녀1남)들을 불러 "너희들의 과제는 민주주의의 정착과 조국통일이다."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편 이날 추모식 행사엔 제11회 정일형.이태영 자유민주상 시상식도 개최한다. 올해 수상자로는 김진경 중국연변과학기술대 총장(민주통일부문)과 우총평 프란치스코네 집 원장(사회복지부문)이 선정됐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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