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버지니아 사건 나흘 만에 한국병사 총기사건" 시민들 불안 휩싸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인 버지니아 공대 참극이 발생한지 나흘 만에 한국에서도 총기 사건이 일어났다. 20일 오전 강원도 횡성 소재 육군 모 공병부대 영내 탄약고에서 경계근무중이던 이모(22) 상병과 한모(21) 상병이 각각 목과 복부에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육군이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지만 시민과 네티즌은 "또 총기사고냐"며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어떻게 이럴 수가…"=20일 강원도 육군 모 부대에서 총기사고가 벌어지자 시민과 네티즌은 각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을 통해 "한국은 더 이상 총기사고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군대에서 또 총기사고가 나면 불안해서 자식을 어떻게 보낼 수 있겠느냐"는 등 불안에 떠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네티즌 'tntkd7219'은 "입대를 앞두고 있는데 정말 불안해서 가기 싫다, 군대 가기가 무섭다"고 말했고 'jun5h'는 "군대에서 총기 사고가 터지니 자식들을 군대에 안보내려고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혁(29.개봉동)씨는 "버지니아 사건이 일어난 지 며칠 안됐는데 또 이런 소식이 들리면 한국의 이미지가 뭐가 되겠느냐"고 푸념했고 김미현(33.행신동)씨는 "더 이상 한국은 총기사고의 무풍지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네티즌 'starasdf'는 "군생활 중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모 일병처럼 쉽게 총기를 이용해 사상자를 낼 수 있다"며 "현역입영 대상자 선별을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군내 총기 사고 일지=1990년 이후 군 장병에 의해 발생한 주요 총기 사고는 7건에 이른다. 93년 4월 서울 종로구에서 육군 모부대 소속 탈영병 임모 일병이 총기를 난사하며 난동을 부려 수 명이 부상당했다.

94년 10월 경기도 양주군 육군 모 부대 사격장에서 문모 일병이 통제관들을 향해 K2소총을 난사, 중대장 김모 대위와 소대장 황모 중위 등 2명이 사망했다. 96년 9월 강원도 양구군 육군 모 부대 김모 이병이 부대 내 취사장 및 내무반에 수류탄 2발을 투척하고 소총 20여발 난사해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96년 10월 경기도 화천군 육군 모 부대 김모 상병이 중대 행정반에 총기난사, 동료 병사 3명이 사망했다.

96년 12월 강원도 강릉시 남포동 근처에서 육군 모 부대 김모 대위가 시민과 시비를 벌이다 K1 소총을 난사, 민간인 최모씨가 무릎 및 가슴에 총상을 입었다. 05년 5월 경기도 연천군 육군 모 부대 전방초소 내무반에서 김모 일병, 수류탄 1발 던지고 소총 난사해 8명이 사망했다. 06년 8월 경기도 가평군 육군 모 부대에서 이모 이병이 동료 병사 2명에게 실탄을 발사, 1명이 사망했다.

◇실탄 휴대 적절한가=이 사건을 계기로 군 경계 근무자에 대한 실탄 휴대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합참은 최전방 GP 등 군부대를 상대로 한 총기탈취 사건 등이 잇따르자 지난해 4월 후방부대까지 경계 근무자에게 실탄휴대를 의무화했다. 이후 합참은 지난 3월 일반적 경계임무를 수행할 경우 실탄휴대 의무는 다소 완화했고 대신 탄약고, 무기고 등 군 주요 시설 경계 근무자가 실탄을 휴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었다.

이번 총기 사건은 주요 시설인 탄약고에 해당돼 실탄 휴대를 의무화했던 곳이었다. 합참은 그동안 "괴한이 탄약고나 무기고에 난입해 총기를 탈취하면 더 큰 범죄에 악용된다" "경계병의 정신교육을 강화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실탄 휴대를 고수했었다.

이지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