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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현대 국민주 공모 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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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금강고려화학(KCC)이 낸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주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서 받아들임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수원지법 여주지원은 12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의 신주 발행계획은 회사 경영을 위한 자금 조달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기존 대주주 및 현 이사회의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이뤄졌다는 KCC 측의 소명자료가 충분하다"며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따라 이달 15~16일로 예정됐던 현대엘리베이터의 국민주 공모는 사실상 어렵게 됐고, 현대의 공세에 밀렸던 KCC는 한숨 돌리게 됐다.

그러나 KCC 측이 확보한 펀드지분 20.63%(사모펀드 12.82%+뮤추얼펀드 7.81%)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 수위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갈릴 가능성이 커 양측 모두 이르면 이달 말로 예정된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펀드지분 처분명령 여부가 승부처=현대는 국민주 공모가 무산되자 서둘러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서 "법원의 결정은 주주의 이해를 구한 뒤 국민기업화를 다시 추진하라는 뜻"이라며 다른 방법의 유상증자안을 재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무상증자(주당 0.28주)는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에 실시한다.

또 현대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펀드 지분에 대한 제재 의지를 밝힌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 지분에 대해 제3자에게 처분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 이번 증자 계획 무산과는 관계 없이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KCC 측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주 금감원에 펀드 지분 매입 과정을 소상히 밝힌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방어벽을 쌓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증선위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이번 경영권 분쟁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질 가능성도 작지 않다. 현대 입장에선 KCC 펀드 지분에 대해 처분 명령보다 낮은 의결권 제한이나 과징금 수준의 제재가 이뤄지면 바로 행정소송을 통해 펀드 지분 행사를 저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이의 반대 경우에 KCC 측도 행소에 나설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현대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장기화 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와 금감원 입장=공정위 관계자는 "KCC 측이 이사회 의결로 증자를 막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법원의 결정과는 관계없이 여전히 현대그룹의 실질적 지배력은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 측에 있다"고 말했다.

금감위는 KCC 측이 사모펀드를 통해 매집한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은 공시규정을 어긴 것이며 의결권 제한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선 처분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처분명령 발동 여부는 이르면 이달말께 열리는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 아직 예단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고윤희.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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