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쉼] 요정의 눈물 닦아준 약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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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는 통증 요정

김 선수가 신 원장을 처음 방문한 것은 지난 2월 3일. 연습을 중단할 정도로 통증은 그녀의 선수생활을 위협하고 있었다. 당시 MRI와 X선 검사 결과를 지켜봤던 신 원장은 "허리와 골반을 중심으로 복합질환을 가지고 있어 보도를 통해 알고 있는 것보다 매우 심각했다"고 말했다.

요추 4.5번과 5번.선골 사이 두 곳에 추간판이 부풀어 오르는 팽윤성 디스크가 있었고, 천장관절(요추 5번 좌우)인대 손상과 골반 뼈의 뒤틀림 현상을 함께 가지고 있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대회 출전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행히 통증은 추나요법과 동작침법으로 잡히기 시작했다. 통증이 가라앉자 김연아는 캐나다로 건너가 강훈에 돌입했다. 그러나 부족한 연습량을 보충하기 위해 강도를 높인 것이 화근이었다. 급하게 현지로 날아간 신 원장은 연아 숙소부터 찾아 치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복병은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시합을 10일 앞둔 캐나다에서의 마지막 훈련 도중 엉덩방아를 찧으며 위기를 맞은 것이다. "내가 먼저 귀국한 뒤였다. 나중에 연아 어머니에게 들어 보니 연습장에서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고 했다. 3년 전 다친 꼬리뼈를 다시 다쳤으니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가 발휘한 추나와 동작침법

치료받기 전 김연아의 골반이 틀어진 모습. 척추와 꼬리뼈가 휘고, 골반강이 비대칭으로 보일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 있다.

김 선수가 지금까지 신 원장을 찾는 것은 한방의 원리가 자연치유력을 이용한 비침습이기 때문. 대표적인 추나(推拿)는 밀고 당긴다는 뜻의 수기(手技)요법. 틀어지고, 빠진 뼈를 제자리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서양에서 전래한 카이로프락틱과 다른 점은 기혈 소통을 도모하며, 부드러운 동작으로 근육.관절 경직을 풀어 준다는 점이다.

동작(動作)침법은 이름 그대로 침을 놓고 환자를 움직이게 하는 기법으로 전통 침과는 개념이 다르다. 길이 5㎝의 침을 경직된 근육이나 인대 부위까지 집어넣고 동작을 하면 침 자극이 강하게 전달되면서 뭉친 어혈이 풀어진다는 것.

이를 직접 개발한 신 원장은 "동작침을 구사하면 통증 소실이 빠르고 근육과 인대가 활성화된다"며 "연아에겐 허리와 팔.다리 등 6개의 침을 놓고, 무거운 것을 들고 걷게 하는 등 여러 동작을 처방했다"고 말했다. 동작침은 대회 당일 진가를 발휘했다. 3월 19일 일본으로 달려간 그는 연아가 시합을 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통증을 관리했다. 하지만 마지막 복병은 쇼트프로그램 시합이 있는 당일 발생했다. 통증 재발을 우려해 복용한 진통제 때문에 다리에 힘이 빠지고 후들거렸다는 것. 다리 근육을 강화하는 6번째 동작침법이 구사됐다. 김 선수는 오후 8시에 진행된 쇼트프로그램 경기에서 세계 최고 기록으로 그에게 보답했다.

#더 이상 손상 없어야 정상에 오른다

동작침법 시술을 받는 김연아.

피겨선수에게 척추와 관절 손상이 많은 것은 운동의 특징 때문. 첫 번째 원인 제공은 점프다. 위로 솟구쳤다 얼음 위로 떨어질 때 신발에 쿠션이 없으니 충격이 그대로 척추와 관절에 전달된다. 선수에겐 은반이 철판 같이 두려운 존재다.

두 번째는 편측 운동이다. 한쪽으로만 팽이처럼 돌게 되면 주춧돌 역할을 하는 골반에 변형이 오고, 보상작용으로 척추가 휘며, 그 결과 관절을 지지하는 인대.건.근육이 긴장하고 늘어난다. 신 원장은 "연아는 잠시 쉴 때도 오른쪽 다리로만 서 있으려고 한다. 왼쪽 옆구리가 당기고 아프기 때문이다. 오른발을 딛고 왼쪽으로 도는 피겨 동작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 허리를 최대한 꺾고 비트는 동작도 척추와 관절을 왜곡시킨다. 인체 균형이 깨지면서 허리와 골반에 무리가 따른다. 다행히 현재 김연아 선수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4월 1일 일본에서 귀국한 다음날부터 그녀는 매주 세 차례 신 원장을 찾는다. 추나요법과 동작침법, 그리고 척추 뼈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드는 약을 복용하기 위해서다.

골반이 자리를 잡아 좌우 골반 크기가 같고, 골반강 내부가 대칭으로 보인다.

"최근 X선 사진을 찍어 보니 놀랄 만큼 좋아졌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골반이 제 위치를 찾았고, 통증도 이젠 거의 없다. 하지만 치료율로 보면 아직 85% 수준이다. 이번 캐나다 전지 훈련 과정에서 운동 손상 없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기대한다." 신 원장의 주문이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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