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모토로라 추월 임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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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세를 면치 못했던 한국산 휴대전화기가 올 들어 부활하고 있다. 특히 세계 3위인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이 크게 좋아진 반면 2위 업체인 모토로라는 부진한 양상을 보여 순위가 바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모토로라는 19일 올 1분기 경영 실적을 '폭락' 수준으로 발표했다. 판매량이 4540만 대로 지난해 4분기보다 31%나 줄면서 이 기간 세계 시장 점유율이 23%에서 17%로 내려앉았다. 매출액도 지난해 4분기(78억 달러)보다 크게 준 54억 달러에 그쳤다. 1분기 단말기 평균 판매가격이 107달러로 30달러 가까이 떨어지면서 1억81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가까스로 2위를 유지했지만 최악의 성적표다. 이는 그동안 성장을 이끌던 단말기 '레이저' 이후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데다 유럽 시장에서 세계 1위 업체 노키아에 맞서려고 단말기 값을 크게 낮춘 저가폰 판매에 치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세계 3위인 삼성전자는 올 들어 경영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1분기에만 3480만 대를 팔아 분기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지난해 4분기보다 6%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시장 점유율도 14%대로 올라가 모토로라(17%)를 바짝 따라붙었다. 시장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4분기(삼성 10%, 모토로라 22%)와 비교할 때 크게 줄었다. 특히 삼성의 매출은 모토로라와 엇비슷한 53억9400만 달러(글로벌 연결 기준)까지 올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경영 합리화로 울트라 에디션 시리즈 등 고급 단말기는 물론 중저가폰도 이익을 내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증권 노근창 수석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영체제에 맞춰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원가 절감 효과를 보고 있는 만큼 2분기 이후에도 경영실적이 계속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매출 기준으로 모토로라를 눌러 세계 2위에 올랐으나 2005년 2분기 모토로라에 다시 뒤졌다.

한편 LG전자도 '샤인폰'의 판매 호조로 1분기 매출이 2조3500여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나 늘면서 4.8%의 이익률을 기록했다.

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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