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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계 성폭력 특별법제정 촉구/친고죄·어린이 증거무시등 문제점많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남성중심 재판” 반발… 의붓아버지 사건 서명운동
자신을 9세때부터 성폭행해온 의붓아버지를 남자친구와 함께 살해한 김보은(21·여·D대 무용 2)·김종관(21·D대 사회체육 2)씨가 징역 4년·7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여성계가 6일 고법에 항소하고 이를 계기로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할 사회적 제도장치·성폭력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또 이 사건에 대한 사법부의 태도를 주시해온 한국성폭력상담소(대표 최영애)등 여성계는 성폭력재판이 성폭력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기보다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을 정상참작하는 남성 중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성폭력 재판 운영의 의식전환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현재 두 피고인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펼쳐 2만5천명의 서명을 받은 이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박상희 목사는 『피고인이나 피고인의 어머니가 시댁·주위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아무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며 『성폭력 피해자를 치료하고 전문적으로 상담하는 강간위기센터가 한군데라도 있었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인간적인 삶을 지킬 자구책으로 살인이라는 끔찍한 방법을 택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미국의 경우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의 즉각적인 호송·물증확보·보호·치료 등을 맡아 처리해주는 종합위기센터가 있다.
여성계는 이 사건을 계기로 성폭력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데 기존의 강간법은 ▲친고죄며 ▲공소시효가 6개월로 짧고 ▲16세 이하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아 어린이 성폭행의 경우 증거 제시가 어렵다는 점등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이 사건과 같이 근친강간의 경우 직계비속이 직계존속을 고소하지 못한다는 현행법은 친고죄 사항과 상호 모순돼 최근 빈번하는 근친강간 사건의 해결에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성폭력상담소 최영애 소장은 특별법에는 피해자 진술을 첫째 증거로 채택해야 하고 각 병원의 진단서 발급을 의무화하며 여경찰관·여검사에 의한 비공개재판 등이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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