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열시간씩 내 속에 있는 것 다 토해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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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미있고 신납니다. 막 소리를 지르고 싶습니다."

김창일(56.사진) 천안 아라리오 그룹 회장이 들떠 있는 이유는 한가지다. 20일~5월 27일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041-620-7257)에서 자신의 네 번째 개인전을 열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작품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오전 3시30분에 일어나 작업실에서 하루 열 몇 시간씩 그림을 그렸습니다. 내 속에 있는 것을 모두 토해냈지요."

18일 서울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때 넘치는 열정을 내뿜지 못했다면 나는 아마 뇌혈관이 터졌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말하는 작업실은 제주도 성산읍 하도리에 있다. 아라리오의 전속작가를 위한 스튜디오와 아파트, 김회장의 숙소와 개인작업실이 건물 다섯 동에 모여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가로 세로 2~3m에 이르는 대작 20여 점을 만들어냈다. "마스크를 쓰고 흩날리는 목탄과 파스텔 가루를 뒤집어쓰면서 면벽 수도하듯 작업했지요."

파스텔과 목탄으로 그린 그림은 팝아트 계열의 만화적인 내용이 주류를 이루지만 고흐의 자화상을 재해석한 인물화도 섞여 있다. "이제는 작가로서 한 단계를 넘어섰다"는게 스스로에 대한 평가다. 그림을 완성하고는 흥분해서 서울의 직원에게 전화를 한 날도 있단다. "드디어 방이 보여! 앤디 워홀의 방, 반 고흐의 방이 있듯이 내가 들어갈 방이 보인다구!"

천안에서 버스 터미널.백화점.영화관을 운영하는 김회장은 컬렉터, 화랑 운영자로도 명성을 쌓았다. 서울과 천안, 중국 베이징에 갤러리가 있고 11월엔 미국 뉴욕 첼시지역에 초대형 화랑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미국의 아트뉴스지(誌)가 꼽은'세계 200대 컬렉터'에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포함됐다. 정규 미술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그가 작가의 길에 입문한 것은 1999년. 어느 날 "붓과 물감을 좀 사오라"고 한 뒤 독학을 시작했다. "붓 쥐는 법부터 나 혼자 문을 닫아 걸고 이리 저리 연습해서 알아냈어요. 안목은 그동안 3000점의 미술품을 수집하면서 생긴 게 있겠지요."

그는 말한다. "내 꿈은 원대합니다. 앞으로 지켜봐 주세요. 전시회도 보러 오시고요."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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