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스키 비싸지는 이유 알고보니…

중앙일보

입력

위스키를 즐겨 마시는 직장인 소성수(36)씨는 얼마전 집에서 마실 위스키를 사러 할인점에 갔다가 가격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자주 사는 진로발렌타인스의 발렌타인 마스터스 가격이 4만3800원에서 4만8800원으로 5000원이나 올랐기 때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종업원에게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출고가가 인상돼 판매가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뿐이었다.

요즘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고급 주점에서도 이와 비슷한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할인점 종업원 말처럼 올해 들어 위스키값이 많이 올랐다. 중국과 러시아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위스키 시장이 커지면서 위스키 원액을 공급하는 스코틀랜드의 증류소들이 원액을 쟁여놓다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국의 주류전문 시장조사기관 IWSR(International Wines and Spirits)에 따르면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세계 위스키 시장의 '블랙홀'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 17만상자(1상자=500㎖×18본입)에 불과하던 판매량은 지난해 184만5250상자로, 6년만에 10.8배나 늘었다. 폭발적인 증가세는 2005년 최고치에 달했다. 2004년 69만1000상자에서 2005년에는 128만9250상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연간 10%대 경제성장률을 보이는 것과 맞물려 비싼 술의 대명사인 위스키 소비량도 그만큼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도 만만치 않다. 2000년 13만500상자이던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57만8000상자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연 평균 57.1% 성장률이다. 막대한 오일달러 유입 효과로 신흥 갑부들이 보드카에서 위스키로 주종을 바꾼 탓이다.

아직까지 중국과 러시아의 판매량은 지난해 273만4000상자가 소비된 한국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은 2003년 320만3000상자를 정점으로 다음해부터 판매량이 200만상자대로 급격히 줄었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년 내에 중국이 한국보다 위스키 소비량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코틀랜드의 증류소들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해 고연산의 위스키 원액을 좀처럼 내놓지 않고 있다. 원액이 비싸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J&B의 경우 원액 가격이 30% 이상 급등했다. 수입업체인 수석무역은 조만간 J&B 리저브와 J&B 제트 출고가를 각각 20%, 8%선으로 인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진로발렌타인스는 올초 발렌타인 마스터스 출고가를 9.9% 인상해 500㎖짜리는 2만8875원에서 3만1735원으로, 750㎖는 4만1272원에서 4만5375원으로 올랐다.

이달 초에는 디아지오코리아가 조니워커 블랙과 조니워커 레드 출고가를 6%, 5%씩 인상시켰다. 이에 따라 700㎖ 기준으로 조니워커 블랙은 3만3880원으로, 조니워커 레드는 2만2550원으로 비싸졌다.

위스키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코틀랜드 증류소들이 앞으로도 중국 러시아를 노리고 원액 출하량을 조절할 것으로 보여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