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기독교사상』지령400호|한국 신학 이론 정립 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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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신학의 이론 정립을 선도하면서 다양한 기독교 지성의 대변지를 자임해 오고 있는『기독교사상』이 올 4월 호로 지령 4백호를 맞았다. 대한 기독교서 회가 자유당 치하인 1957년8월 창간한『기독교사상』은 이후 35년에 이르는 오랜 연륜을 쌓아 오면서도 정간으로 인해 단 6호만을 결 호 했을 뿐 명암으로 얼룩전 격동의 현대사를 헤치고 꾸준치 맥을 이어와 이제 통권 4백 권을 기념하는 드문 영광을 안게 됐다.
신학 운동이란 특수목적을 내걸고 출범했으면서도 체제·정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정론의 수용으로 한때는『사상계』에 못지 않은 쌍벽의 인기를 누리기도 했던『기독교사상』의 지령4백호 돌파는 그 동안 당국의 잦은 박해와 탄압을 견뎌 내면서 특히 종합·여성지조차 생존해 가기가 지극히 어렵다는 우리의 척박한 잡지 경영 풍토를 훌륭히 극복해 냈다는 점에서 하나의「기념비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기독교사상』측도 어렵게 이룬 지령4백호의 업적을 기념하는 뜻에서 오는 4월6일 오후2시 한국 기독교 백주년 기념관 1층 강당에서 교계 인사·신학자·역대 집필자·장기 구독자·문화계 인사 등 3백여명을 초청해 기념식을 갖고 총목차집·기념 논문집의 간행, 기념강연회 개최 등 다양한 기념 행사를 벌여 나갈 계획이다.
기념 논문집은 『기독교 사상』통권 3백1호부터 4백호까지 실렸던 논문 중에서 한국신학의 흐름과 내용을 대표할 만한 글들을 가려 뽑아 이를 문화·종교·정치·경제·사회·환경·여성·평화·통일 등 주제별로 분류, 오는 6월말까지 총5권 분량으로 발행할 예정. 지난83년6월 지령 3백호를 기념해 1호부터 3백호까지의 게재 논문을 가려 펴냈던『한국의 신학사상』『한국 역사와 기독교』『한국의 정치 신학』『한국 기독교와 이데올로기』등 4권의 논문집은 국내외 지식인들로부터 기대 이상의 호평과 인기를 얻었었다.
1957년8월「복음의 진리로 이 땅의 문화적·사상적 혼돈과 분열을 극복한다」는 취지로 김춘배(고)·김천배·홍현설·전영택(고)·강신명(고)등 교계 지도자들에 의해 창간된『기독교사상』은 그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35년 동안 한국의 교회와 문화·정치적 상황에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정론의 필 봉을 꺾지 않은「신학운동과 지성의 요람」이었다.
윤성범·유동식·박봉랑·전경연씨 등에 의한 60년대의 유명한 토착화 신학논쟁이『기독교사상』지면을 통해 전개됐고, 70년대와 80년대에 한국 신학을 풍미했던 이른바 민중 신학도이 잡지를 배경으로 태동하고 성장했다.
『기독교사상』은 체제 및 정권의 불의를 좌시 하지 않는 정론의 전개로 숱한 정치적 탄압을 겪었다. 5·16 군사 혁명을 반대하는 글을 실어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유신체제 출범을 전후해서는 몇 차례 개헌을 반대하는 특집을 게재, 당국으로부터 사전검열에 의한 편집권박탈이란 제재를 받기도 했다.
특히 75년 5월 호에는「양심과 공포」란 특집을 마련, 김찬국·지학순·서광선씨 등의 글을 실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잡지의 판매·전시를 금지 당한 일도 있었고,「정부 비판 및 북한에 관한 기사를 실었다」는 이유로 85년 11월부터 86년4월까지 6개월 동안 강제 정간 당하는 비운도 겪었다.
『기독교사상』의 이주연 편집장은『앞으로는 지금까지 보여 온 비판·저항의 이미지에서 탈피, 세계 질서의 변화에 상응하는 교회 일치·통일 평화 신학·생태 신학의 정립 등에 주안을 두어 편집을 이끌어 갈 방침』이라며『4백호를 계기로 신학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넘어 그들의 활동과 양심을 위한「기독교 사상 연구원」(가칭)을 개설, 지속적으로 신학연구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교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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