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선언」으로 불붙은 대권전/전열 가다듬는 민자 각계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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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당무일임은 대통령 지원 뜻”YS계/“중립선언에 불과”평가절하 반YS계
총선정국이 대선경쟁 정국으로 숨가쁘게 급선회하고 있다.
총선패배에 대한 인책문제로 시끄럽던 민자당이 5월전당대회를 개최,대통령후보를 선출키로 하고 김영삼 대표가 공식으로 대통령후보에 출마할 것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김대표의 속전속결전략으로 사태가 급선회하자 전당대회가 느지막하게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느긋해있던 민정·공화계는 허둥지둥 계파간 접촉을 벌이며 단일후보조정등 뒤늦게 전열정비에 나서고 있다.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는 청와대회동내용을 김대표의 대민정계에 대한 「판정승」이라고 자신있게 해석하고 있으며 민정계에서는 공정한 자유경선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대표는 28일 아침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해 분위기를 장악하려는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민정계도 박태준 최고위원,이종찬·박철언 의원을 중심으로 세를 모으고 있다.
김대표계는 당무일체를 김대표에게 넘기겠다는 노대통령의 의사표명을 노대통령의 경선지원으로 단정하면서 민정계가 「대안부재론」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분열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총선과정에서 민정계의 상당수 후보들이 김대표에게 충성을 서약했기 때문에 계파별 분류자체가 별의미가 없다는게 민주계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정계는 청와대회동내용은 「중립적 심판」위치에 서있겠음을 노대통령이 거듭 확인한 것으로 민정계의 독자후보옹립이 어렵지 않음을 주장하고 있다.
▷YS진영◁
○…김대표의 민주계는 28일 청와대회동후까지도 노대통령이 「더블 플레이」를 하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졌으나 김대표의 자신에 찬 기자간담회가 끝난뒤에는 『모든게 정리됐다』고 완연한 승리분위기.
김대표는 간담회에서 그동안 자신이 요구했던 ▲총선패배 행정부 귀책론 ▲당직개편불가론을 사실상 철회하면서 『모든 일이 잘 됐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붙였는데 시종일관 환한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는 특히 『대통령과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됐다』『당무는 내가 맡더라도 자주 대통령과 상의하겠다』며 거듭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강조.
대통령의 내막적인 지명얘기가 있었느냐는 질문엔 『원치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두사람이 하나가 됐다는 뜻을 모르겠느냐』『큰 흐름으로 가는 것이며 한 사람만 나오면 재미가 없다』는등 여유를 보였다.
총선패배 후유증에서 고심하던 민주계는 노­김담판으로 상황이 반전되자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당내 친YS인사와 반YS인사의 분류에 착수하고 대의원포섭작전을 준비.
총선에 출마했던 김대표의 한측근은 『국회의원 당락은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선거라면 우리가 전문가』라고 말하고 『분류결과 계파의미는 없어지고 친YS대 반YS의 단순구도가 조성됐다』고 설명.
그는 반 YS측엔 구심점이 없고 민주계처럼 응집력이 없기 때문에 각개격파당하게 마련이라고 자신감.
민주계는 무엇보다 노대통령의 의중이 김대표에게 확실히 돌아선 만큼 권력생리에 민감한 민정계 다수가 손들고 자기쪽으로 몰려올 것을 낙관하고 있다.
한편 김대표는 27일 오후 청와대회동을 마친뒤 모처에 들렸다가 밤 9시쯤 상도동으로 돌아왔는데 얼굴에 화색이 완연. 그는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내일 얘기하겠다』고해 그의 뜻이 성취됐음을 시사.
▷반YS진영◁
○…민정계는 청와대회동결과를 5월전당대회에서 노대통령의 중립선언으로 대체적으로 해석.
민정계측은 이날 청와대회동결과에 대해 노대통령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됐는지를 따지면서 상황이 대권쪽으로 급진전한데 대해 다소 의아해하는 눈치.
박태준 최고위원은 청와대발표직후 시내 모호텔로 이종찬·이춘구·최재욱 의원을 급히 불러 청와대발표문을 분석하고 향후 대응책을 논의하는 긴박한 움직임.
이날 긴급대책모임에서 노대통령의 의중을 지난 연두기자회견에서 선언한 대권후보의 자유경선이란 연장선에서 대체로 분석했으나 어느 수준까지 의견통일이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최고위원은 대책모임에서 『노대통령이 백기를 들었다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며 후보선출때 중립을 지키겠다는데 비중을 둔 것』으로 해석했다고 참석자가 전언.
이춘구 의원은 28일 아침 『전당대회가 5월이든 6월이든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며 5월전당대회가 김대표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는 일부시각에 이의를 제기.
그는 『대통령이 1월기자회견때 경선을 하겠다고 밝히지 않았느냐』『경선을 못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경선쪽에 「무게」를 실었다.
민정계측은 신임사무총장에 이춘구 의원이 결정된 것을 놓고 『노대통령이 전당대회를 공정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라고 해석.
그러나 민정계내 친YS성향을 보이고 있는 의원들은 『민정계의 대표주자를 옹립하는게 쉽지 않고 시간이 없다』는 점을 들어 화끈한 경선의 가능성에 고개를 흔들고 있다.
○…총선때 대권도전을 선언한 이종찬 의원은 『정권교체기간을 줄일 수 있어 6월이후 전당대회를 찬성해왔지만 5월전당대회도 무방하다』고 자신감을 피력.
이의원은 『새로운 지도자는 갈등과 분열의 인상을 주는 인물이 될 수 없으며 화합의 명분과 이미지를 갖춰야 한다』면서 『이번 총선에서 세대교체와 뉴리더갈망의 바람이 불었다』고 전의를 다지는 모습.
박철언 의원은 노­김회동 전날인 26일 대구에서 노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향후 정국운영방안 및 당의 진로문제에 대해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7일 회동직후 청와대측의 발표문을 팩시밀리 긴급 입수한뒤 『노대통령의 생각은 이번 총선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건전한 양식과 다를바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측근들은 전언.
○…5월 전당대회에서 경선을 통한 후보선출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김대표에 대항할 민정계주자가 누가되느냐가 비상한 관심.
현재 민정계내부에서는 단일후보 옹립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으나 후보조정작업의 성사여부에 대해서는 『전당대회이전 단일후보로 조정될 것』이라는 「긍정론」과 『민정계의 속성상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론」이 교차하는 실정.
신정치 그룹의 오유방·장경우 의원을 비롯,박철언·강재섭 의원등 월계수회측은 『전당대회에서 2차투표로 가게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라며 ▲후보조정을 위한 민정계의 공개논의를 거쳐 ▲민정계 의원들의 의원총회 또는 당무위원급 중진들로 하여금 투표 등을 통해 단일후보를 선출하자는 단일후보조정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후보단일화 조정이 될지가 관심거리. 그러나 김복동씨 등은 독자행동을 할 태세가 되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민정계의 자중지란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JP진영◁
○…김종필 최고위원의 공화계는 총선참패의 후유증이 워낙 큰 탓인지 아직 전당대회에 대비하는 전열 재정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김최고위원은 28일 최고위원간담회와 청와대 오찬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거두지 않았는데 인책문제를 건너뛴 수습의 수순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게 주변의 해석.
김최고위원은 노대통령이 최고위원직 사의를 반려하겠다는데 대해 『사퇴의사에 변함이 없다』고 사의를 교수.
그러나 공화계는 5월전당대회가 총선결과에 상관없이 현 13대 세력분포에 의해 판가름난다는 점 때문에 캐스팅 보트 역할이 은근히 부각.<허남진·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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