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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파탄 늘어가는 국제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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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제결혼을 했다 이혼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배우자와의 결혼은 4000여 건 감소했으나 이혼은 오히려 2000여 건이나 늘어났다. 전체 이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5%에 육박했다. 3년 새 네 배나 급증하는 가파른 증가 추세 또한 염려스럽다.

언어가 다르고 역사.문화가 생소한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이뤘으니 그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결혼중개업체를 통한 속전속결식 '묻지마 결혼'이 계속되는 한 파탄을 막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한 조사에서 한국인과 결혼한 베트남 여성의 30%가 배우자의 재산이나 성격.직업.생활습관 등에 대해 잘못 알고 결혼했다고 응답했다. 믿고 의지할 남편이 무일푼이거나 장애.질병.치매 노부모 부양과 같은 열악한 조건을 숨겼다는 것을 알면 좌절감을 느끼고 순탄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상담 창구를 찾은 외국인 아내들은 한국식 생활 방식과 문화를 강요하는 남편과 시댁 식구의 학대도 참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반면 한국 국적 취득을 위해 위장결혼을 하는 외국인 여성들에게 사기 결혼을 당하는 남성들 또한 '묻지마 결혼'의 또 다른 피해자다.

농촌 총각 10명 중 4명이 외국인 아내를 배우자로 맞을 만큼 국제결혼은 불가피하다. 배우자나 배우자 국가에 대한 사전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하는 것만으로도 불행한 결혼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비자 발급 이전에 인터뷰를 통해 혼인의 진정성을 파악하고 인신매매성 결혼 관행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가난을 피해 한국에 온 여성과 농촌 기피현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국제결혼한 노총각이 이혼의 아픔을 겪는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