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기업 CEO 10명중 8명 "2004년 투자 안 늘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년에도 기업의 신규 투자는 부진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7.7명이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올해와 비슷하게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이는 내년 경제 전망을 밝지 않게 보고 있는 데서도 나타난다. CEO들은 내년 성장률을 올해(2.9% 안팎)보다 약간 높은 3~4%로 예측했다. 경기회복 시기는 90% 이상이 내년 하반기 이후로 잡고 있다.

특히 현 정부 임기 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 CEO는 단 한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향후 10년 이내(50%)▶7년 이내(36%)▶15년 이내(7%)▶15년 이후(6%)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액 순위 5백대 기업 중 설문에 응한 2백20개사 가운데 상위 1백개 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해 11일 발표한 결과다.

CEO들이 보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주요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4.3~5.8%를 밑돈다. 게다가 CEO들이 예측한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기는 정부의 판단과 크게 어긋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경기가 이미 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총 김동욱 경제조사팀장은 "규제완화 등 투자심리 회복을 위한 획기적인 정부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공동화에 대한 질문에서는 CEO의 30%가 "이미 생산설비를 해외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CEO들은 ▶고임금▶노사관계 불안정▶노동시장 유연성 부족을 꼽았다. 이 때문에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정책으로 응답자의 33%가 '노사관계 안정'을 꼽았다.

검찰의 정치자금 수사와 관련, CEO의 74%가 "경제에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선구.박혜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