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사리기 '같기道 보고서' 혼란만 가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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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사라는 것도, 팔라는 것도 아니여~" , "이건 좋은 것도, 안 좋은 것도 아니여~"…

증권가에 요즘 '같기도(道)'식 기업 보고서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향후 추세를 판단하기 어려운 종목일수록 이같은 '몸보신용 분석'이 즐겨 쓰이고 있다.

해당 증권사와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예측이 틀릴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보자는 심산인데, 그럴수록 투자자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투자에 참조하라고 내놓는 기업 보고서가 장님 코끼리다리 만지듯 두루뭉술해 오히려 판단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

같기道 현상은 특히 코스닥시장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기업탐방 보고서를 내놓을 때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상식에 통한다. 특정 기업의 긍정과 부정을 죽 나열해 놓곤 "알아서 판단하라"는 식이다.

◇삼성전자, '같기도'의 단골메뉴= 최근 코스피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놓고 이같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돈 지난 1/4분기 실적 발표 이후 경쟁적으로 향후 추세를 예견하는 과정에서 '백화점식 나열'에 치중하는 보고서가 양산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6일 '(삼성전자) 1분기 실적: 비용구조에 대한 신뢰성 약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1분기를 바닥권으로 2분기와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의 약화가 상승 잠재력을 훼손했다고 박스권 매매를 권고했다. 다만 장기매수 투자의견은 유지했다.

이 회사는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지만 앞으로 2~3년 이후의 삼성전자 시장 지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장기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중단기) 상승 잠재력이 약해진 데 주목하는 한편 장기적으론 시장지위 상승이 예상된다며 매수에 나서라고 권했다. 하반기 IT 성수기에 모멘텀 투자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ROE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중잣대'를 제시했다.

특히 한국증권은 ROE 하락에 대해 '구조적인 상황'이라는 비관론을 내놓았다. 반도체, LCD사업부문의 수익성과 ROE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다는 것. 제품가격 하락속도보다 연구개발 및 설비증설을 통한 비용구조 개선속도가 느리다는 게 그 이유다. 결론적으로 '지금 사야하는지, 팔아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충고로 끝났다.

대우증권은 이날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이 4월말을 전후로 회복기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주가에 긍정적"이라면서도 "반도체, LCD 부문의 수익성 난조가 일부 긍정요인을 가리고 있는 양상"이라고 밝혔다.

이어 "분기별 영업이익은 2분기를 저점으로 계절적인 영향과 개별 사업부문별 회복요인에 의해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자들은 이제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대한 검증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기 전망과 장기 분석을 동시에 제시하며 추세판단을 흐렸다.

CJ투자증권은 "적정주가 67만원으로 하향하나 4월 저점매수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3분기부터 이익이 본격 증가할 것이라고 긍정평가하면서도 1분기 실적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몸값을 낮췄다.

◇"보고서야, 감상문이야"=증권사들은 코스닥 종목에 대한 탐방 보고서나 증권선물거래소(KRX)측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내놓는 리포트의 경우 투자의견을 내지 않고 리포트에 'NR(Not Rated)'라고 표시하곤 한다. 물론 목표주가도 없다.

이들 NR 리포트 중 일부는 지나치게 중립적으로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나열, 판단을 어렵게 한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엔터기업 A에 대한 탐방 리포트를 통해 수익성 좋은 드라마 제작업체로 외형성장이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제작비 상승으로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A업체는 다른 드라마 제작 업체와 달리 안정적인 수출 매출과 수익성 있는 드라마 제작의 노하우를 통해 업계 최고의 수익성(영업이익률 25% 이상)을 갖고 있다고 긍정평가했다.

CJ증권은 B기업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높은 이자부담으로 주당순이익(EPS) 개선폭은 제한적이라며 역시 어정쩡한 분석을 내놓았다.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