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右광재' 추락 지켜보는 386참모들 "착잡할 뿐이다" 당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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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이자 정권 실세로 꼽혀온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의 사법처리를 바라보면서 '노무현 사람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李전실장을 '광재' 또는 '광재형'이라고 불러온 盧캠프 출신의 386 비서관.행정관들은 자신들의 구심이자 리더격인 그의 좌초를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李전실장과 함께 초창기부터 盧대통령의 비서를 지낸 서갑원(徐甲源)정무1비서관은 "이 문제를 결과(1억원 수수 시인)만 보고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개인 비리 차원이 아니라 우리 정치의 개혁 과제인 정치자금 문제로 인해 생겨난 비극적인 일 아니냐"고 주장했다.

부산 출신으로 또 한명의 盧대통령 핵심 측근인 이호철(李鎬喆)민정1비서관은 침통한 목소리로 "착잡하다. 그 외엔 더 할 말이 없다"고만 했다. 일부 행정관은 "광재형 출마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박범계(朴範界)법무비서관은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우리나라 정치 현실상 현재의 조건과 문화 속에선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 게 아니냐"고 항변했다.

민정수석실 일각에선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검찰이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예가 거의 없다"며 "대통령 측근이라는 이유로 너무 과도한 짐을 지우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李전실장이 그동안 돈을 안 받았다고 거짓말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반면 李전실장 문제가 대선자금 국면을 전환시킬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참모진 사이에 李전실장이 돈을 전달했다고 밝힌 '민주당 관계자'를 둘러싸고 미묘한 갈등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이상수(李相洙)당시 선대위 총무본부장은 자신이 李전실장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없고, 이 경우 다른 루트로는 돈이 유입될 수 없다고 일축했으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분명히 李전실장에게서 돈을 전달받은 '민주당 관계자'는 존재한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어 "그 사람이 밝혀지면 李전실장이 그동안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게 절반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다만 이 청와대 관계자는 '민주당 관계자가 의원급이냐'는 질문에 "말할 수 없다"고 공개를 거부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정동채(鄭東采)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李전실장의 영월-평창 출마는 어떻게 되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당원도 아닌데 누가 그러더냐"고 되물었고, '안희정(安熙正)씨가 밝혔다'고 하자 "그럼 대변인인 안희정한테 물어보라"며 불쾌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鄭위원장은 "李전실장이 검찰에서 밝힐지는 몰라도 만약 불법성이 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민석.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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