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럽기만한 미 「응급서비스」(존슨 홉킨스통신: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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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앰뷸런스 도착전 진료­수술팀 “완비”/GNP비 의료비 12%… 우리와 격차 실감
미국 TV연속극 『119구급대』의 어느 회 첫장면이 의과대학을 졸업한 인턴이 내과담당 응급실 당직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던 것이 생각난다. 병원에서 다섯블록쯤 떨어져 있는 곳에 있던 구급차에서 무전연락이 왔다. 무전은 가슴등 여러곳을 칼에 찔린 26세 가량의 남자환자가 피를 많이 흘리고 있으며 의식을 점점 잃어간다는 내용이었다.무전을 보내온 구급차에는 전문대학수준의 교육을 받은 응금의료기사 2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인턴은 응급실 책임자인 응급의학전문의에게 보고한 다음 응급차안의 응급의료기사에게 우선 수액(링게르)을 주는등 몇가지 지시를 하고 흉부외과와 일반외과 및 마취과 당직의사에게 환자의 상태와 응급상황을 알렸다. 동시에 당직간호사는 임상병리과에 연락해 수혈을 위한 혈액형 판정준비를 의뢰했다. 3분정도 지나자 흉부외과팀이,그리고 곧 일반외과팀과 마취과팀이 내려왔으며 응급의학전문의의 총지휘아래 환자도착 즉시 진료에 착수할 수 있는 완벽에 가까운 준비를 하고 7∼8명의 의료진이 대기중이었다.
1∼2분쯤 지났을까. 응급실에 설치된 폐쇄회로 모니터장면에는 현관을 들어서는 바퀴 달린 응급차용 침대에 어느 정도의 초보적인 처치는 받고 누운 환자와 응급의료기사의 모습이 보였으며 환자는 바로 의사들이 대기하고 있는 환자 집중관리 컴퓨터와 심전도기 등이 잔뜩 달린 응급실내의 처치대에 옮겨졌다. 6∼7명의 응급진료팀에 의해 응급처치와 진단이 신속하게 이뤄졌고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판정돼 응급실내에 있는 수술실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다.
사실 이 내용은 필자의 인턴시절중 경험한 응급실 광경이기도 하다.
작전상황같은 작업이 끝난후 필자는 간호사에게 응급차 요금을 질문한 적이 있다. 간호사는 『응급차내의 시설과 동원된 의료인력의 종류에 따라 다르나 2백달러 내지 3백달러는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굉장히 비싼 대가를 국가가 치르고 있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상대적으로 빈약한 모국의 응급의학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떠올리며 부러워했다.
그후 이곳 병원의 시설·의료소모품의 풍족한 사용 등을 보면서 좀 지나치게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미국의 GNP대비 의료비를 알아보니 거의 12%나 됐다. 이는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이 돼 요즘같은 미국경제의 악화원인이 된다는 논의를 보고 수긍했다.
한국의 경우도 의료비 통제문제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임상의사의 소박한 생각으로는 우리의 경우 아직은 의료비 통제가 문제가 되는 시점이 아니고 의료투자를 통해 환자들이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를 받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전미선 존스 홉킨스의대 방사선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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