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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집단 부재자투표/위법논란속 진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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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교내기표소 설치 3천명 실시/검찰은 대리투표 여부에 촉각/위법땐 운동권도덕성에 치명타
14대 총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에서 국내 선거사상 처음으로 집단적인 부재자투표가 당국·학생들의 공정성 시비속에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대·고려대 등 각대학의 부재자신고 학생수는 전국 53개교 2만4천2백65명으로 19일 현재 부재자 투표용지가 각 학교에 속속 도착하면서 이중 3천여명의 학생들이 투표를 마쳤다.
부재자투표운동은 당초 전대협이 「기권표는 독재자를 만든다」는 슬로건아래 선거참여운동 일환으로 시작,선관위의 유권해석을 얻어 6일부터 본격화 됐다. 선관위는 『자신의 주민등록지를 벗어나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선거법에 규정된 「장기여행자」로 볼 수 있으므로 출타지거소(투표용지를 받을수 있는 곳)를 소속대학 각 학과로 정해 부재자신고를 해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내린 것.
이에 따라 각 대학 총학생회는 부재자신고 양식을 접수,학생 각자의 주민등록지로 보냈고 학교측은 16일부터 도착한 부재자투표용지를 도장·신분증을 가지고 온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이같은 집단적인 부재자투표에 대해 검찰·교육부는 공개투표·대리투표 등 위법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검은 11일 투표용지를 받을 거소를 소속학과로 기재함에 따라 공개투표등 위법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전국 검찰에 지시했다.
교육부도 각 대학에 공문을 보내 접수된 부재자 투표용지는 반드시 해당학생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투표용지 관리를 철저히 해줄 것을 당부했다.
학생들은 이같이 부재자투표가 위법의 가능성이 있다고 논란을 불러일으키자 공정한 투표를 한다는 점을 주지시키기 위해 캠퍼스안에 기표소를 설치했거나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양대는 19일 학생회관 앞마당에 2인용 간이기표소를 설치,이날 모두 70여명이 투표를 마쳤고 서울대도 20일 교내 학생회관·도서관앞에 기표소를 만들었다.
한양대 총학생회 김재용 선전부장(24·정외4)은 『학생들이 공정한 한표를 행사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기표소를 설치하게 됐다』며 『현재 부재자 투표용지를 찾아간 1백84명 가운데 70여명의 학생이 이곳을 이용했으며 나머지는 개별적으로 기표한뒤 우송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에는 선거일 9일전에 기표소를 설치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공정성 시비에 이어 이번엔 법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재 각 대학들이 기표소를 설치할 경우 선거법상으론 위배되지만 부정선거 방지라는 취지와는 부합하고 게다가 선관위가 유권해석을 내린 전례도 없기 때문.
이에 따라 당국도 공개투표등 명백한 위법행위가 없는한 마땅히 단속할 명분도 없는 상태다.
문제는 당국의 이같은 위법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단속에도 학생들이 「민자당 낙선운동」이라는 대의명분속에 공개투표·대리투표를 하는등 학생들의 위법사실이 적발될 경우 부재자투표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학생운동권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됨은 물론 표의 인정여부를 둘러싸고 큰 파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결과에 관계없이 이번 대학생들의 집단적인 부재자투표를 계기로 ▲출타지 거소의 정의 ▲기표소 설치문제등 선거법의 모호한 규정들도 앞으로 선거법 개정때 반영되어야 할 부분들로 지적되고 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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