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트렌드 헌터' 맹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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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무쌍한 소비자의 트렌드를 잡아라.'

기업들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잡아내기 위해 '트렌드 헌터(Trend Hunter)'제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트렌드 헌터제란 엄격히 선발된 소비자들을 활용해 소비 트렌드를 한발 앞서 파악한 뒤 이를 제품.서비스의 개발에 반영하는 쌍방향 마케팅 전략이다. '소비자 모니터'제도보다 훨씬 발전된 것이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8월부터 '쿨헌터(Cool Hunter)'제를 운영하고 있다. 판매 대상 소비자의 연령에 맞게 중.고생, 대학생, 직장인, 주부 등 9명으로 트렌드 헌터팀을 구성한다.

이들은 오리온 인트라넷에 마련된 사이트에 일주일간 자신의 행적을 사진일기 형식으로 올리게 돼 있다.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가 어디였는지, 용돈을 어떻게 썼는지 등 자신의 소비행태는 물론 요즘 또래들 사이에서 '뜨는' 장소나 트렌드 등도 보고한다. 오리온 홍보팀의 박재능 과장은 "이들의 보고서를 통해 현장의 생생한 소비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지난달 '라네즈 EO클럽'이란 트렌드 헌터팀을 구성했다. 화장품의 주 구매층인 20대 여성들의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25세 전후의 현직 스튜어디스 25명을 선발했다. 스튜어디스가 직업 특성상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 세계 패션.미용 트렌드를 알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들 팀원들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25세 전후 여성들의 패션.뷰티.문화 등의 최신 트렌드를 전달한다.

국내외 유행패션, 자주 가는 음식점, 국내외 유명 쇼핑거리 등 소재에 제한은 없다. 태평양의 양윤정 브랜드 PD는 "소비자를 직접 마케팅에 끌어들이는 것이 최근 마케팅의 이슈"라며 "6개월 뒤에는 다른 직업군으로 트렌드 헌터팀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CJ는 '글로벌 식문화 특파원' 제도를 만들어 사원 두명을 1년간 해외에 보내 전 세계 식문화에 대한 지식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 8개월간 남미.유럽 등지에서 활동한 CJ 김형일 대리는 "세계 식문화를 체험해보니 글로벌 퓨전화가 추세라는 것을 느꼈다"며 "이를 잘 활용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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