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캘린더] '중생의 염원' 깃든 불교미술 갈무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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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서동 창덕궁 담장을 따라 죽 들어가면 한국불교미술박물관(관장 권대성)이 나온다. 긴 세월 한국 정신문화의 큰 바탕을 이뤄온 불교 정신을 예술로 승화시킨 불교 미술품을 갈무리하고 있는 곳이다. 불상과 불화, 조각과 공예품 등 한국 미술사의 중심을 이루는 문화유산 3천여점이 오롯이 모여 있다. 1993년 문을 열었으니 올해로 10년째 전문박물관으로서 구실을 해온 셈이다.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이 15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여는 '중생의 염원'은 개관 10돌을 자축하는 특별전이다. 2004년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서울 총회 개최 기념전도 겸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일 미술관 관계자들에게 우리 미술의 정수를 보여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 10주년을 맞아 새 전시실을 마련하고 전통 다원인 '연암다원'을 지은 뒤 처음 관람객을 맞는 재개관의 의미도 곁들였다.

이번 전시에는 모두 50여점의 소장품이 나온다. 이제껏 전해오는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불화로 꼽히는 '심적암 아미타극락구품회도'와 보물 제1204호로 지정된 '의겸등필 수월관음도(義謙等筆水月觀音圖)'(사진) 등 조선불화 15점과 목조아미타여래상.목조지장삼존불감.3층 석탑 등이 선보인다.

이 가운데 '심적암 아미타극락구품회도'는 1507년 중종 2년에 제작된 채색 불화로 16세기 초 불화 양식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아미타불이 중생을 9품으로 나누어 구제하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조선 전기 불화 연구에 귀중한 자료다. 1730년 영조 6년작인'의겸등필 수월관음도'는 고려시대에 많이 나타나는 수월관음도의 도상을 따르면서도 조선시대의 미감으로 변형시킨 점이 돋보인다. 부드러우면서도 치밀한 선묘, 밝고 선명한 색채가 눈길을 끈다.

민중의 소망을 간직하며 삶의 애환을 표현한 이들 불교미술에서 '중생의 염원'을 읽을 수 있다. 02-766-6000.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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