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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토크쇼 '미녀들의 수다' 오해와 진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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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미국.일본.중국.핀란드 등 세계 각지에서 온 '미녀'들이 한국과 한국인을 말한다. 걸쭉한 사투리도, 한복 맵시의 노래자랑도 '세일즈 포인트'가 아니다. KBS 2TV 글로벌토크쇼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는 국내 거주 외국인 80만명 시대 '섞여살기'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우열도 차별도 아닌 '차이'로 나아가기까지 우여곡절도 많다. 14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녹화현장에서 미녀들과 제작진이 털어놓은 '미수다'에 대한 오해와 진실.

시청률 상승세에 힘입어 [미녀들의 수다]는 30일부터 월요일밤 11시에 방송된다.


#문화비하 NO! '차이' 얘기할 뿐= 깜찍한 외모에 솔직한 발언으로 인기만점인 사오리(일본)가 이날 유독 조용했다. 진행자 남희석이 몇 번을 에둘러 질문해도 몸 사리는 눈치가 역력. 지난주 방송에서 한일간 '밥 먹는 자세'를 비교하다 '한국 식습관 비하'의 오해를 산 탓이다. 사오리는 "한국말이 서툴러서 뜻이 잘못 전달됐다. 사오리가 하고 싶은 말은 한국이 너무 좋다는 것"이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국내에서 생활하는 외국인의 눈을 빌려 한국문화를 다시 보자는 취지건만, 종종 '설화'를 빚는다. 출연진은 "단지 문화 차이를 말했는데 한국을 나쁘게 말한 것으로 오해받을 때 속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20대 초.중반이 대부분인 이들은 네티즌 반응에 민감하다. 한번 뭇매를 맞고나면 다음 촬영 땐 눈에 띄게 의기소침해진다. '루반장' 루베이다(캐나다)는 "속이 상한 어린 동생들이 밤에 가끔 전화해오기도 한다"며 "그럴 때마다 '걱정하지 마라, 완벽하지 않은 게 오히려 우리의 매력이다'고 말해준다"고 했다. 도미니크(캐나다)도 "세계 어느 나라든 좋고 나쁜 게 있지만, 한국을 좋아하지 않고선 방송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것도 고맙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짜인 대본 NO! 즉석발언 톡톡= '미수다'의 공식작가는 6명이지만, 실제 대본은 출연자 전원이 쓰는 거나 마찬가지다. 제작진은 각 대학 어학당 수강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 매주 주제와 랭킹을 정한다. 이에 맞춰 출연자들의 경험과 생각을 일일이 들은 뒤, 대본에 각자 발언을 명시한다. 녹화 전 '대본 읽기'는 자기가 평소 하던 말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본이지만 '진국'은 녹화현장에서 나온다. 쇼핑과 신용카드를 주제로 대화한 이날도 "지름신이 강림했다"(따루) "한국이름이 배선아"(레슬리) 등 깜짝 발언이 터져 분위기를 돋구었다. 녹화시간은 보통 4시간 이상. 이걸 1시간으로 편집하다 보면 맥락이 엉켜 발언이 왜곡되기도 한다는 게 제작진의 고민이다.

녹화 시작전 진행자 남희석(左)에게 모르는 한국말을 물어보는 손요(중국).


5개월여 방송되면서 몇몇 '미녀'들에게 인기 쏠림이 생겨나는 것도 또다른 고민. 제작진은 가급적 고루 발언 기회를 주고, 시각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30명 정도 인력풀을 가동하며 번갈아 패널을 내보내고 있다.

#문화계몽 NO! 함께 웃자고요= 최근 시청률이 상승세를 타면서 게시판 글도 부쩍 많아졌다. 격려글도 많지만, "***를 퇴출시켜라" "**는 개념이 없다" 등 악플도 달린다. 이기원 PD는 "가끔 우스갯소리를 확대해석해 발끈하는 댓글들이 있는데, 그런 것에 출연자들이 주눅들 때 난감하다"며 "딱딱한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만큼 여유를 갖고 즐겨달라"고 부탁했다.

5년째 외국인노동자 홍보대사를 하고 있는 남희석도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옹호했다. "시청자에게 뭔가 계몽시킨다는 식의 의도는 전혀 없어요. 단지 우리에겐 익숙한 것을 낯선 시선으로 되돌아보고, 남의 문화와 비교하는 재미를 선사하고 싶어요."

그는 "어린아이처럼 한국말을 배워가는 그들을 보면, 참 애쓰는구나 싶으면서도 웃음이 나고 그 자체로도 재미있잖아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웃음과 공익성을 추구하는 '두마리 토끼 전략'이 쉽지 않다. 더구나 4월 개편에 맞춰 방송시간까지 프라임시간대로 옮긴다. 이날 녹화된 22일 방송분과 29일 스페셜방송을 끝으로 일요일 오전 10시에서 월요일 오후 11시(30일부터)로 가는 것. 월요일밤의 양대 강자 SBS '야심만만', MBC '개그야'와 시청률 대결을 벌이게 됐다. 주인공만 외국인으로 바뀐 '입담천국 토크쇼'가 될지, '섞여살기'의 애환까지 끌어안는 사랑방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글.사진=강혜란 기자

[관련화보]'미녀들의 수다' 촬영현장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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