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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영원히 파업 안 하겠다는 코오롱 노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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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코오롱 노조가 앞으로 영원히 파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노조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주요 수단인 파업을 포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노조는 선언문에서 "경영 목표 달성이 생존과 발전을 위한 유일한 방법임을 인식하며 항구적 무파업 사업장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에 앞장서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노총 산하 강성 노조를 대표하던 코오롱 노조의 변신은 뼈아픈 경험의 소산이다. 얼마 전만 해도 노조는 극단적인 투쟁의 길을 걸었다. 2004년 장장 64일간 파업했고, 지난해 봄에는 회장 집에 무단 침입해 자해 소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질 뿐이었다. 경영은 악화됐고, 일자리를 잃는 노조원은 갈수록 늘었다. 코오롱은 파업이 발생한 2004년 15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파업 관련 특별손실이 반영되면서 다시 260억원의 적자를 냈다.

벼랑 끝에 몰린 노조는 새 집행부를 구성하고 지난해 말 민주노총을 탈퇴했다. 노조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에서 다섯 차례 파업했지만 돌아온 것은 509명 정리해고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년은 노조의 잘못된 판단으로 잃어버린 세월이었다"며 "이대로 가다간 회사도 노조도 다 죽는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월급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이 회사는 노사관계가 호전되면서 올 1분기에 흑자로 돌아섰다.

극렬하게 대립하는 노사관계가 경제의 아킬레스건이 된 지 오래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세계 최악의 노사관계로 고비용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 노조는 조직률이 10%에 불과한데도 파업 강도는 세계에서 가장 센 편이다. 파업과 경영 악화의 악순환이 해마다 반복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코오롱 사례에서 보듯 이제는 상생의 노사관계로 진일보할 때가 됐다. 투쟁 일변도의 노사관계는 노사 모두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릴 뿐이다. 잃어버린 15년에서 벗어난 코오롱 노사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