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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우디 앨런, 코언, 왕자웨이 … 거장의 비밀노트 훔쳐볼거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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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 로랑 티라르 지음, 조동섭 옮김, 나비장책, 280쪽, 1만2000원

1. 어떤 감독의 영화를 3편 이상 찾아본 경험이 있다. 2. 감독 아무개의 영화가 개봉한다고 하면 웬만하면 보려 한다. 3. 이러저러한 감독들에 관심은 갖고 있지만, 그들에 대한 500쪽짜리 두꺼운 책을 읽을 생각은 나지 않는다.

이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장담컨대 이 책을 읽고난 뒤 상당한 포만감을 느낄 것이다. 올초 '디파티드'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거머쥔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롯해 우디 앨런, 코언 형제, 왕자웨이, 팀 버튼,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장 뤽 고다르, 기타노 다케시, 빔 벤더스 등 필모그래피만 봐도 눈이 황홀한 감독 21명이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한 영화철학과 노하우를 들려준다.

이들과 인터뷰하는 행운을 누린 지은이는 프랑스 영화전문지 '스튜디오'의 기자이자 감독지망생. 감독들은 그의 크고 작은 의문에 매우 진지하고 성실한 답변을 돌려줬다. 캐스팅은 어떻게 하는가.

"나는 유명한 배우와 일하지 않는다. 고정된 이미지가 영화와 부조화를 일으키니까. 내가 내 영화에 출연하는 이유? 내 영화에서 아주 중요한 내면연기의 순간을 다른 배우에게서 끌어낼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기타노 다케시)

배우들을 다루는 요령은 무엇인가. "재능 있는 배우들을 기용해서 그 사람들이 잘 하는 일을 하게 놔두면 끝이다."(우디 앨런) 누구를 위해 영화를 만드는가. "내 자신을 위해서. 내가 관객인 것처럼 영화를 만드는 게 최선의 작업방법이다. 관객을 위해 만든 유일한 영화는 '케이프 피어'다."(마틴 스코세이지)

뿐만 아니다. 스타일리시한 영상으로 이름난 왕자웨이가 "나는 테크닉에 특별히 집착하지 않는다"고 의외의 고백을 하기도 한다. 장 피에르 주네는 추천사에서 "영화감독은 요리사와 같다. 이 책에는 그들의 비밀 레시피가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동의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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