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공산당 문서보관소/비밀문건 찾기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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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외국 특파원·학자등 열람객 급증/「흥미있는 자료」는 돈받고 팔기도
지난 2일부터 일반에 공개된 구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문서보관소(아르히브)에는 연일 많은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68년 소련군 체코침공사태를 연구하는 학자,일소간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북방 4개섬에 관한 자료를 찾으려는 일본 학자들과 특파원들,잃어버린 자신의 가족에 관한 자료를 찾으려는 러시아 망명인사들,그리고 일반연구가들은 매일 아침 일찍부터 아르히브 열람실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의 언론들과 외국특파원들,외국에서 기대를 갖고 찾아온 학자들은 아직 아르히브에서 그들이 기대했던 문건들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아르히브 문서의 규모는 건수로 약 3천만건에 페이지수도 60억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로 이를 정리·해석하는데는 앞으로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산당 중앙위 아르히브 말고도 구소련에는 지방당,그리고 군·국가보안위원회(KGB)등 기관도 자체 아르히브를 유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특히 관심을 끌만한 것은 KGB와 공산당 정치국 아르히브인데 이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 이번에 공개된 공산당 아르히브 자료 가운데서도 외교적으로 문제를 야기할만한 민감한 사안들은 여전히 비밀창고에 보관돼 있다.
아르히브 직원 나탈리야 고로바야 여사는 『외부인들이 얻기를 갈망하는 자료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어떤 정부도 아직 내놓을 수 없는 것들』이라며 흥미로운 자료가 없다는 불평에 대해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고로바야 여사는 외국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구소련 공산당 국제관계 문서들은 「30년 비밀유지법」에 묶여 공개할 수 없게 됐고 30년이 지난 것도 아주 선별적으로 공개되고 있다고 말한다.
더군다나 이 많은 문건들중 색인이 정확히 붙어있고,체계적으로 분류된 것도 별로 많지 않다.
아르히브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소장 문건들중 90%는 구소련 구성공화국 공산당 당원카드며 나머지가 기타문건이다.
이렇게 많은 문건과 긴줄,느린 동작으로 방문객들을 상대하는 아르히브 직원들을 재촉해 관심있는 자료를 찾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아르히브측은 최근 열람객이 급증하자 열람허가를 「연구가」들에게만 한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아르히브 직원들도 돈벌이에 눈을 떠 흥미가 있을 만한 문건들은 뒷돈을 찔러주지 않으면 안된다.
여기에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거나 기자들의 흥미를 끌만한 문건들은 아르히브측이 즉흥적으로 매기는 가격에 따라 싸게는 미화 1백달러에서 1천5백달러를 지불해야만 열람과 복사가 허용된다.
수십년동안 비밀에 싸여있던 소련 공산당의 아르히브에서 과연 얼마만한 비밀문건들이 쏟아져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아르히브는 이 기회를 이용,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으로 보인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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