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수 표현의 띄어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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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팔청춘(二八靑春)'은 16살 무렵의 꽃다운 청춘, 또는 혈기 왕성한 젊은 시절을 일컫는다. 여기서 '16'을 한글로는 '열여섯'이라고 쓸 수 있다. 그러면 '열여섯'의 띄어쓰기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열여섯'으로 붙여 쓴다.

국어사전에는 '열여섯'이란 단어가 올라 있지 않다. '열여섯'이 합성어가 아니므로 '열 여섯'같이 띄어 써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열여섯'으로 붙여 쓰는 이유는 한글 맞춤법 제44항 때문이다.

한글 어문 규정에 '수를 적을 때는 만(萬) 단위로 띄어 쓴다'고 돼 있다. '십이억 삼천사백오십육만 칠천팔백구십팔'과 같이 쓰라는 얘기다. '열여섯'도 마찬가지다. 만 단위로 띄어 쓴다는 것은 만보다 작은 수일 경우에는 언제나 붙여 쓴다는 뜻이다. '열여섯'이 나이를 나타내는 '살'과 결합할 때는 '열여섯 살'처럼 띄어 쓴다. 그러나 아라비아숫자로 쓸 경우엔 띄어쓰기가 달라진다. '16 살/ 16살' 둘 다 가능하다.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붙여 쓰는 것도 허용된다. 아라비아숫자와 그 다음의 단위명사를 붙여 쓰는 현실을 수용한 결과다. 현실에서 '16살'같이 붙여 쓰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러면 '제2 차(제2차, 제 2차) 세계대전' 중에서 어떤 띄어쓰기가 맞을까? '제-'가 붙어 차례를 나타내는 경우의 띄어쓰기에서 많은 사람이 혼동한다. '제2 차(제2차) 세계대전'은 맞고, '제 2차 세계대전'은 잘못이다. 원칙은 '제-'는 접두사이므로 뒤에 오는 말에 붙여 쓰고, '차'는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쓴다. 단, 아라비아숫자 다음의 단위명사는 붙여 써도 된다.

한규희 기자

*지나간 '우리말 바루기'기사는 『한국어가 있다』는 책으로 출간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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