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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선거 감시/주권의식 확립위한 캠페인(선거혁명 이루자:26)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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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타락후보 응징돼야 공명정착 가능/증거수집으로 당선무효까지 주장해야/안명기 변호사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려는 자나 투표권자나 할것없이 타락할대로 타락해버렸다는 매스컴의 보도를 보고 느끼는 사실은 우리 국민이 이 나라의 이 시점에 있어서 선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독재자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도 「귀국」해서 입후보하여 선거운동을 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느 코미디언 한사람조차 압력으로 출마를 포기했다는 주장도 있고,외압으로 「출국」한 입후보예정자들도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선거는 필리핀의 수준만도 못하다는 것인가. 40,50년만에 처음으로 민주선거를 한 소련·동구에서도 타락선거를 했다는 얘기는 없다. 오히려 「선거를 통하여」 공산독재자가 민주화되었다. 도대체 우리는 선거라는 것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선거란 대통령·국회의원·지방의회의원 등의 지위를 따내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쳐야 하는 하나의 형식이고 방편이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돈·물질·압력·공작을 사용해서라도 여하튼 「선거」라는 과정을 거쳐 따낸 권력이면 정통성이 있는 것이고,따라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이니 그러한 근거로 삼기 위해 있는 것이 선거제도인가. 나의 경력이 이렇고,의정활동은 이러했고,이러한 정견을 갖고 있으며,그 정견을 이런 방법으로 실천하겠으니 찬성하면 나를 찍어달라며 심판을 받는 당연한 자세는 어데 가고 권력에 대한 정통성의 부여라는 하나의 방편정도로 타락하고 있다.
타락·부정·불법선거는 쿠데타와 다름없는 것이다. 국민의 진정한 의사와 관계없이 권력을 잡는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
민주주의는 글자 그대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뜻이다. 나라의 주인 의사가 어떤 것인가를 물어보는 것이 선거다. 그리고 당선자는 국민의 의사가 무엇인가를 항상 확인하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며,그것은 하나의 봉사요 희생이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가 뽑은 국회의원이나 지방의회의원들의 행태를 보고 우리는 그동안 얼마나 실망해왔는가.
이번 14대 총선후에도 똑같은 실망을 하지 않기 위해 유권자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과거 우리가 뽑은 사람들의 행태를 보고 우리는 어차피 선거라는 것 자체에 무관심해지고 자포자기한 상태가 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즉,비전이 없는 것이다. 이미 비전이 없으니 유권자도 같이 타락한다. 소련·동구에서 선거가 제대로 실시된 것은 민주화라는 비전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총선거가 타락선거로 끝나 버리면 다음에 있을 모든 선거에서도 공명성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14대 총선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선거법에도 문제는 있다. 이것을 개정하는데도 여야가 자기들의 이해관계만 생각하지 어떤 제도가 공평한 가를 먼저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별로 없는 것같다. 여에서 타락선거를 하면 야에서도 따라하게 된다.
선거제도 얘기가 나온김에 「기호」폐지론을 주장해야겠다. 입후보자 이름 앞에 숫자로 기호를 붙이는 선거법 규정은 폐지되어야 한다. 국회 다수당이 1번,그 다음이 당이 2번,같은 조건이면 추첨등의 방법으로 기호를 매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떤 후보자는 「기호 몇번」이라는 것만 강조하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기호는 원래 정부수립 직후의 선거때 당시 문맹자가 많아 실시한 제도였다. 투표지의 기재순서만 「가나다」순이나 추첨으로 정하면 된다.
현재와 같은 타락선거를 지금 갑자기 공명선거로 방향을 급선회시킨다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지경에 와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선거가 끝난 다음 선거무효소송·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하고 대법원은 이들 사건에 대하여 신속히(선거법대로 1백80일 이내에) 재판을 해서 과감하게 선거무효판결을 하고 정부는 당해 선거구에서 즉시 재선거를 하는 것이다. 선거무효판결로 재선거를 하는 선거구가 전국에서 과반수가 돼도 좋고 그 이상이 되어도 좋다. 비용과 시간과 업무량이 문제이나 공명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대가는 문제가 아니다. 입후보자들이 부정으로 당선되어서는 바로 자격이 상실된다는 인식을 갖게 될때 공명선거는 정착될 수 있다. 선진국에서 부정선거 문제가 거의 없는 이유도 사법부가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공명선거를 사법부를 통해 이룩할 수 있고 공명선거의 책임을 사법부에 떠맡겨야 한다. 사법부가 인권옹호 최후의 보루라는 말은 이런 의미까지도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는데 지금부터 선거무효소송의 증거수집을 열심히 하는 것,사법부가 그 사명을 다해주어야 하는 것,또 하나는 앞으로 선거법상의 선거무효사유를 완화하는 것이다.
선거사범을 형사처벌하는 것도 빠짐없이,가차없이 처벌할 때에 선거법을 위반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것은 모두 선거법에 있는 것을 그대로 집행하는데 불과한 것이나 잘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공명선거가 안되고 있는 것이다. 선거무효·형사처벌이 두려워서도 공명선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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