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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학원 전격 세무조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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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국세청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서울 강남지역의 대형 입시학원과 고시학원.어학원 등 80여곳에 대해 10일 전격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 직원 수십명은 이날 오후 강남.서초.송파 지역의 유명 학원 80여곳을 방문해 회계장부 등 관련 자료를 들고 갔다. 국세청은 이들 학원의 2000년 이후 세무신고 내용을 정밀 분석해 소득세 등 세금탈루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은 연간 매출규모가 1억5천만원 이상인 대형 학원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 세금 탈루 사실이 드러나면 가산세 등을 포함해 세금을 추징하고 고의적인 탈세혐의가 적발될 경우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국세청은 세무조사에 앞서 지난달 직원 수십명을 강남 학원들에 파견해 현장 조사를 벌이고 광고 전단 등 각종 자료를 수집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강남지역 학원들이 많은 돈을 벌고도 수입을 누락하는 경우가 많아 세무조사에 나섰다"며 "등록 학생수와 수강료를 제대로 신고했는지 등을 분석해 이들 학원의 정확한 수입금액을 파악한 뒤 신고소득과 대조해 탈세 규모를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강남구 대치동 D학원에는 오후 2시쯤 국세청 직원 7명이 들이닥쳐 학생명부와 학원비 영수 기록 등을 열람한 후 일부 서류를 가져갔다. 또 압구정동 J학원에도 국세청 직원 8명이 찾아와 4시간여 동안 회계장부 등을 조사했다.

회계장부를 압수당한 강남지역 학원 관계자는 "국세청이 무슨 기준으로 조사 대상 학원을 선정했는지 모르겠다"며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것이 죄라도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국세청은 강남의 유명 학원들이 현금거래가 많은 점을 활용해 소득을 대폭 낮춰 신고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은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유명 학원이 밀집해 있기 때문으로 보고, 세무조사를 통해 유명 학원들을 강북 등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지난달 11일 기자간담회에서 강남 일대 입시학원 등 유명 학원 50곳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국세청의 전격적인 세무조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달 24일부터 벌이고 있는 서울 강남.서초구의 불법 고액과외 특별단속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뤄지는 것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정재홍.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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