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복수극 … 관객들 웃어줬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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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작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45.是枝裕和.사진) 감독이 한국에 왔다. 19일 개봉하는 자신의 영화 '하나'의 시사회에 참석해 한국 관객을 만나기 위해서다. '예측불허 사무라이의 행복한 복수극'이란 수식어가 붙은 이 영화는 일본 무사 사무라이를 다룬 시대극이면서도 9.11 테러 이후 불신과 증오가 확산되는 현대 사회에 대한 유쾌한 풍자극으로도 읽힌다.

11일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레에다 감독은 "9.11 테러와 그 이후에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서 영화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영화가 사회적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던지는 것은 아니다. 관객들이 가볍게 웃으며 복수는 좋지 않은 것이라고만 생각해 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주인공 소자(오카다 준이치)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복수를 하기 위해 판자촌에 숨어산다. 하루하루 판자촌의 다양한 인간군상과 부대끼며 살아가던 그는 갈수록 복수심이 약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난하지만 나름대로 인생을 즐기며 살아가는 판자촌 사람들에 매력을 느끼면서 '명예로운 죽음'이나 '복수'를 강요하는 사무라이 정신에는 흥미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 역사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라스트 사무라이'에 나오는 강하고 잔혹한 사무라이만 있는 게 아니라 나약하고 인간적인 사무라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심이 흔들리는 데는 어린이가 큰 역할을 한다. 위 세대에서 아래 세대로 증오심을 그대로 물려주느냐 아니냐에는 어린이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는 지난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부산에서 관객과 함께 영화를 봤는데 폭소가 끊이지 않았다. 관객과 대화에선 질문과 사인요청이 쏟아져 정신이 없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고 소개했다. 당시 '괴물'의 봉준호 감독과 '오픈토크'라는 대담을 했던 그는 "봉 감독의 영화도 좋아하지만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박하사탕'같은 영화를 매우 인상깊게 봤다"고 말했다.

글=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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