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의예식장(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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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사람이면 누구나 죽음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되어 있다. 당연한 절차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에다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는 까닭은 죽음에로의 길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불귀)세계로 떠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죽음이 단순히 인간이 생물학적 활동의 정지가 아니라 현세에서 타계로 옮겨가는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고인을 마지막 떠나보내는 자리,즉 상례는 최대의 엄숙함과 경건함속에 치러지는게 보통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유교를 사회의 지도이념으로 확립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도층에서 유교식 관혼상제의 예에 따라 장례가 지처졌다. 절차가 19단계로 이루어졌으니 어지간히 복잡한 셈이다.
현대사회에 이르러 정부의 가정의례준칙등 시책이 효과를 거둬 다소 간편해지기는 했으나,장례비용은 많이 들더라도 장례식은 장엄하게 치러져야한다는 일반적 인식은 아직도 뿌리깊이 박혀있다.
빚을 져 가면서도 「마지막 떠나는 자리」는 호화롭게 꾸며드려야 도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장례관행은 그같은 일반적 심리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정부방침이 병원의 영안실에서는 장례식을 치를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도 대개의 호화장례식이 병원영안실에서 경쟁하듯 치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84년 보사부는 주거지역과는 떨어진 도시근교의 그린벨트 등에 장의예식장을 설치토록 권장해 장례를 치르도록 한다는 방침을 발표한바 있었다. 보통 예식장이라고 하면 결혼식을 떠올리게 되고,장의예식장이라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을 주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의예식장이 보편화되면 여러모로 편리하고 간소화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정안은 준주거지역에도 장의예식장을 만들 수 있도록하며,신설종합병원에는 별도의 장의예식장을 만들도록 의무화한다는 것 등이다.
인근주민과의 마찰따위가 문제가 되기는 하겠지만 돈을 많이 쓰는 장례식만이 엄숙하고 경건할 수 있다는 유족들의 심리가 뒤바뀌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정규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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