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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쟁한 국제경기단체와 '일전 불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우리 대회의 등급을 낮추지 말라." "우리 신발을 선수들이 신게 해 달라."

테니스 대회 주최 측과 스포츠화 업체가 각각 국제경기단체를 상대로 법정싸움에 나섰다. 전자는 대회 등급을 낮추는 것을, 후자는 신제품 승인 거부를 취소해 달라는 요구다. 양쪽 모두 "경기 단체가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정하는 건 독과점 및 담합 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종목의 전권을 가진 경기 단체에 맞서는 것은 스포츠계의 불문율을 깨는 이례적인 일이다.

테니스 마스터스시리즈인 몬테카를로 대회 주최 측은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를 10일(한국시간) 미국 연방법원에 제소했다. ATP는 과다한 투어대회에 따른 선수 부상과 흥행 부진을 이유로 그랜드슬램대회 아래 단계인 마스터스시리즈(상금 245만 달러 이상)를 축소키로 했고, 몬테카를로 대회가 그 희생양이 됐다. 몬테카를로 대회는 1897년 창설돼 11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회로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 직전에 열리는 클레이코트 대회다. 마스터스시리즈가 비슷한 시기에 몰려 있어 이번에 조정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자 몬테카를로 측은 "우리에겐 등급이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살아남는 문제"라며 "등급이 떨어지면 대회 자체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스포츠화 업체인 '스피라 풋웨어'도 이날 국제육상경기연맹(IAAF)과 미국육상경기연맹(USATF)을 상대로 미국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 업체는 첨단 특허 기술을 적용한 '스프링 장착 러닝화'를 내놓았으나 IAAF가 "스프링 등 보조장치 사용은 안 된다"며 사용 승인을 거절하자 법원에 제소했다. 업체는 "엘리트 선수들이 실격을 우려해 신지 않는다면 시장 진입이 어렵다"며 "16일 보스턴 마라톤 때 7명의 선수에게 우리 러닝화를 신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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